▲ 2020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의 한화큐셀 부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최근 정부의 '그린 뉴딜' 발표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사뭇 뜨거워진 가운데, 국내 최대 신재생에너지 전시회로 꼽히는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4일 '한국판 뉴딜'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대전환 시대를 선언한 바 있다. 그린 뉴딜이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되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 역시 탄력 받으리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녹색 훈풍이 투자 심리를 흔드는 가운데, 행사에는 더욱 열렬한 관심이 쏟아졌다.

해당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된 적 있는 터라, 입장할 때마다 체온 측정·전신 소독·신분 확인 등을 실시하는 강력한 방역 체제 하에 진행됐다. 일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긴장감이 도는 모습이었으나, 신재생에너지를 향한 각계각층의 발길은 긴 줄로 이어졌다.

이번 엑스포에는 26개국에서 온 태양광·ESS(에너지 저장 장치)·배터리 등 관련 핵심 기업 140개사가 참가해 500개 부스를 열었다. 쟁쟁한 신기술·신제품 열전이 펼쳐진 가운데, 태양광 패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최대 규모의 부스를 운영한 한화큐셀·현대에너지솔루션·신성이엔지 등 3개 업체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그간 주로 해외 시장에서 외연을 넓히던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이제는 홈그라운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상·영농형 태양광부터 "한국 맞춤형 제품"이라고 따로 언급된 제품들까지 선보이면서 국내 시장 사로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에서 열린 전시회인만큼 국내 고객 타기팅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실제 국내 태양광 시장은 앞으로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가 도입된 지난 2012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2018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이 발표되면서 또 한번 가속 페달을 밟았다. 향후 그린 뉴딜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정책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한화큐셀의 '큐피크 듀오 G9'.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국내 업계 1위인 한화큐셀은 이날 최대 효율 500와트피크(Wp)의 태양광 모듈 '큐피크 듀오 G9' 출시를 예고하면서, 또 한번 선두 주자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경쟁 업체 제품들 대부분이 최대 450Wp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지난 5월 출시한 '퀀텀 듀오 Z' 기술을 적용해 출력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퀀텀 듀오 Z 기술은 기존 '퀀텀 듀오' 기술에 셀과 셀 사이 공간을 없애는 '제로 갭' 기술을 접목해 개발됐다.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셀을 배치하는 원리다. 퀀텀 듀오 기술은 일반 셀을 반으로 잘라 전력 손실을 줄이는 '하프 셀' 기술과 버스바 간 거리를 축소해 전자 저항을 줄이는 버스바 기술, 셀의 음영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줄이는 와이어링 기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말하면, 셀을 촘촘히 쪼개고 여백을 없앨수록 면적당 출력이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한화큐셀의 경우, 자사의 기술력을 브랜드화하는 방식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화큐셀의 Q를 강조해 이름 붙인 퀀텀(Q.ANTUM) 기술과 퀀텀 듀오(Q.ANTUM DUO) 기술은 결국 태양광 셀의 출력을 끌어올리는 여러 기술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으며, 한화큐셀의 제품을 아우르는 세계관과도 같다.

▲ 한화큐셀의 '큐피크 듀오 포세이돈'.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국내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도 전시됐다. 고온·고습 환경에 특화된 수상 태양광 '큐피크 듀오 포세이돈'은 섭씨 85도와 상대습도 85%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3000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등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수상 태양광의 경우 육상 태양광보다 설치 비용은 높지만, 최대 10% 정도 추가 발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 냉각 효과로 여름에도 태양광에 적합한 25~30도 수준의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내륙 수면이 풍부한 우리나라 환경에 최적화된 전력 생산 수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은행(WB)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저수지 태양광 잠재량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상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면적의 1%만 활용해도 404기가와트(GW) 규모의 설비가 가능하다. 이는 같은 해 한국 태양광 설치량의 200배에 달한다.

최근 농가에서 새로운 소득 창출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 모듈도 시제품으로 공개됐다. 농작물이 생장에 지장 없는 수준의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60셀 또는 72셀인 일반 모듈보다 크기가 작아졌고, 설치 간격은 넓어졌으며, 양각 조절도 가능한 모습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최소 80% 이상의 수확량은 보장될 것"이라며 "또한 하중을 줄여 논밭에 끼치는 영향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투자 비용은 절감되는데, 접근성이 높다"며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게 영농형 태양광"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제품을 살펴보던 C씨는 "요즘 농사 지어서 돈 버는 게 어렵다는 것 쯤은 다 알지 않느냐"며 "농가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방법으로 (영농형 태양광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 박원 한화큐셀 산업홍보파트장이 2020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의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이날 행사의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신제품·신기술 발표회)에서 발표를 맡은 박원 한화큐셀 산업홍보파트장은 "태양광에는 새로운 땅이 필요 없다"며 "유휴지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토 환경에 최적화된 에너지일 것"이라고 국내 태양광 산업의 비전을 강조했다.

그는 한편 "글로벌 어워드 수상 내역이 곧 우리(한화큐셀)의 레퍼런스"라면서, 해외 인지도에 기반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미국·호주·일본 등 세계 주요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외 한화큐셀은 개인 태양광 발전 사업을 통한 재테크를 소개하고, 사업에 필요한 금융·보험·시공 등을 포함하는 종합 서비스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2020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의 현대에너지솔루션 부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 현대에너지솔루션의 '더블맥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현대에너지솔루션은 M6(166mm×166mm) 규격의 대면적 양면형 태양광 모듈 '더블맥스'를 트레이드 마크로 밀고 있다. 

양면에서 태양광을 흡수해 발전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단면형 모듈보다 설치 방위·각도 등에 따른 발전량 저하가 적다"면서 "설치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후면 추가 발전 효과로 최대 25% 증가한 발전량을 얻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대에너지솔루션 또한 기존 셀을 반으로 나누는 하프컷 기술을 통해 전력 손실을 개선, 해당 제품의 최대 출력과 변환 효율을 각각 450W와 20.7%로 높였다. 더불어 공사 편의성을 위해 기존 양면형 모듈의 후면에 들어가던 유리를 투명 시트로 대체, 경량화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 현대에너지솔루션의 태양광 자동차 컨셉카 '현대 솔라 드라이브'. 출처=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한편 현대에너지솔루션 역시 국내 태양광 산업의 청사진으로 수상광 및 영농형 태양광을 제시했다. 주력 사업과 전시 구성이 경쟁사들과 대동소이한 가운데, 오직 현대에너지솔루션 부스에만 있는 독특한 전시물이 눈에 띈다. 바로 형제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태양광 자동차'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루프·도어·보닛 등에 태양광 모듈이 적용된 컨셉카 '현대 솔라 드라이브'를 통해 태양광 자동차의 비전을 제시했다. 태양광 에너지가 즉각 동력으로 변환되거나 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즉 배터리와 별개인 동력원을 추가 장착해 전기차(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하이브리드카(HEV) 등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해당 차의 총 정격 출력이 1킬로와트시(kWh), 연간 발전량은 920kWh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연비도 기존 대비 30%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 루프부터 개발 중인 상황으로, 시판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선그로우·진코솔라·JA솔라 등 다수 중국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국내외 태양광 모듈 제조 업체들은 양면형 모듈에 주력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로 알려진 화웨이가 이번 행사의 '신스틸러'로 역할했다. 물론 화웨이의 투잡(?)을 아는 사람도 꽤 있을 테지만 지나갈 때마다 "화웨이가 왜 여기서 나와?", "혼란스럽다" 이 같은 말들이 들리는 걸 보면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닌 듯하다. 참고로 화웨이는 이날 태양광 인버터 업체로 참가했다. 심지어 세계 1위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