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1인 미디어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화두는 ‘1인 미디어라는 새로운 채널을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하는가"라는 것으로 모아졌다. 물론 이전부터 지인을 통한 입소문의 위력은 어지간한 광고보다 더 효과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홍보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한경희 스팀 청소기와 같은 중소기업 히트 상품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입소문의 범위를 지인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로 확산시켜 그 영향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열광하고 흥분할만한 일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소문이라는 것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빨리 반응하게 마련이어서 새로운 고효율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던 1인 미디어와 이를 통한 개인간 네트워크의 확대는 오히려 기업이 감추고 싶은 일을 확산시키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최근 우리는 네트워크의 확대가 가져온 반대쪽 칼날에 필요 이상의 피해를 입은 기업의 사례를 목격했다. 임산부 폭행이라는 자극적인 주장은 사실 확인 이전에 해당 기업의 매출과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이 사건은 오늘날 기업 관련 여론 형성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이나 경찰이라는 게이트키퍼 없이 대중이 직접 이슈를 발제하고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공론화된 사건은 손쓸 틈 없이 빠르게 전파되고 진위 여부보다 감정적 공감이 비난의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 자발적으로 생성된 '소셜 게릴라'들은 불매운동 등을 통해 기업에 실질적인 징벌을 가하고 문제의 개선을 요구한다.

아이폰 도입 초창기에 갑자기 폭증한 인터넷 서비스 사용량을 통신사가 감당하지 못하자 아이폰 사용자들이 일시에 통신사 네트워크를 마비시키려 했다는 일화는 고객이 더 이상 불편을 감수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일단 확산된 이슈는 손쓸 틈 없이 번지고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섣부른 방어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과거에는 문제 발생시 고소-고발을 통해 기업의 무고함을 단호하게 표시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위기라고 믿는다면 실제로 그러한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의혹이 제기되기 쉽다. 따라서 여론이 주로 생성되는 채널을 통해 신속히 사건의 경위를 밝히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대중의 분노나 의혹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음식에 역겨운 장난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으로 곤욕을 치른 미국 도미노피자나 KFC 말레이시아의 경우, 기업의 고위 책임자가 직접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올리고 해당 사건에 대한 별도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동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비난 여론을 감추려 하기보다 이처럼 기업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에서 소통하는 노출의 기술도 필요하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사건이 공론화되는 경우의 상당수는 고객이 오프라인상에서 불만을 해소하는데 실패했거나 기업에 직접 불평을 제기할 채널을 찾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채널을 기업의 관리 영역 안에 열어둠으로써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손쓸 틈 없이 고객 불만이 확산될 가능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객과 사회가 터무니없는 루머나 작은 실수에 등을 돌리지 않게 평상시 신뢰라는 자산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론의 쏠림은 근본적으로 고정관념에서 출발하는 성향이 짙다. 기존에 갖고 있던 가치관은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더 극단적으로 치우치기도 하고 관대하게도 만든다. PR컨설팅 기업 에델만(Edelman)의 ‘2011년 신뢰 척도 보고서’에 따르면 평소 신뢰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긍정적 정보는 51%의 이해관계자가 믿고 부정적 정보는 25%만 믿는다.

반대로 이미 불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긍정적 정보는 15%만이 믿었으며 부정적 정보는 57%가 사실로 믿었다. 사람들의 뇌리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던 기업은 부정적 여론의 움직임에도 상대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다. 소문의 전파 속도는 빨라지고 불씨는 사방에 깔려있지만, 네트워크 시대에도 진정성은 통하는 법이다.

정지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