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가 고성능차 브랜드 AMG의 차급별 제품을 지속적으로 추가 도입하고 있다. 각자 다른 취향을 지닌 고객들을 두루 공략하려는 각오다.

그 연장선에서 벤츠는 AMG 신차 4종을 내놓고, 차량 성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서킷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앞으로 신차를 공도에서 이용할 소비자들에게 차량 상품성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벤츠가 17일 경기 용인시 소재 AMG 스피드웨이에서 실물 공개한 AMG 신차 4종.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7일 오전 경기 용인시 소재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행사 ‘더 뉴 퍼포먼스 레인지 바이 AMG’에 참석했다. 바람이 선선했지만 한 여름 햇빛은 뜨거웠다. 고성능차를 타고 서킷을 달리기에 적합한 날씨였다.

벤츠가 내달 출시하기 앞서 이날 실물 공개한 AMG 신차 4종은 A35 4MATIC 세단, A 45 4MATIC+ 해치백, CLA 45 S 4MATIC+ 쿠페 세단, AMG GT 등으로 구성됐다. 각각 세단, 해치백, 쿠페형 세단, 스포츠카 등 형태를 갖춘 이번 신차들은 기존 양산형 모델을 바탕으로 개발된 고성능 차량이다. 

다만 스포츠카인 GT는 예외로, 앞서 2015년 국내 출시된 스포츠카 ‘AMG GT S 에디션 1’의 부분변경모델이다.

벤츠는 이날 행사의 시작 코너로 신차 실물을 소개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통상 연출된 신차 소개 영상을 실내에서 재생하는 대신, 차량들이 실제 서킷을 달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에 소속된 전문 요원(인스트럭터)들이 기존 국내 출시된 AMG 모델과 이번에 선뵌 신차 4종을 운행하며 보여준 서킷 위 퍼포먼스는 소위 '닭살' 돋을 정도로 멋졌다.

▲ 마크 레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부사장이 17일 AMG 스피드웨이에서 신형 AMG GT 차량을 타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흰색 GT가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며 타이어 마찰로 인한 연기를 일으키는 장면을 끝으로 퍼포먼스는 종료됐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GT에서 내린 운전자는 놀랍게도 마크 레인 벤츠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이었다. 완성차 업체 임원이 직접 수준급 운전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벤츠의 전문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취지로 읽혔다.

▲ 마크 레인 부사장이 신차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레인 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신차를 직접 소개하며 ‘아이코닉’(상징적인), ‘유니크’, ‘감각적’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AMG가 한국 고성능차 시장의 유일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고유 디자인을 갖춘 고성능차들을 고객에게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 점으로 남다른 위상을 갖추고 있다.

한국 고성능차 시장에서 제품 수, 성능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필적할 만한 브랜드로는 BMW 고성능 브랜드 M이 사실상 유일하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럭셔리카 브랜드들은 초고급 차량을 소품종 소량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AMG, M 등 두 브랜드와 시장 공략 포인트가 다르다.

신차 4종 가운데 해치백·스포츠카 시승…빠르고 안정감 탁월

신차 소개 퍼포먼스, 차량 설명 등 코너에 이어 신차 4종 가운데 2종을 시승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 시간 사정에 따라 4개 차를 모두 타진 못하고 해치백, GT 등 두 모델에 탑승했다.

인스트럭터가 올라 탄 선두 차량을 따라 스피드웨이 서킷을 차량 당 2바퀴씩 총 4바퀴 주행했다. 모델마다 주행감이나 엔진 소음, 가속력 등 성능에 차이를 보였지만, 일반적인 양산형 차량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고성능을 발휘하는 점에선 공통점을 보였다.

▲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의 스티어링 휠.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두 모델 모두 전기차에서 느꼈던 것 이상 수준의 매끄러운 가속력을 발휘했다. 차는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내달리며, 브레이크 페달을 급격히 밟아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감속했다. 깊이 구부러진 구간을 빠르게 돌파할 때도 차체가 기울어지는 일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핸들(스티어링 휠)은 고속 주행하는 차량 안에서 의지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한 그립감을 제공했다. 이번 신차는 이날 벤츠 관계자가 AMG 차량을 지칭해 사용했던 ‘빠른 친구들’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날쌔지만 든든한 감성을 드러냈다.

벤츠, AMG로 기술력·브랜드가치 과시

벤츠가 최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자동차 산업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연비 낮고 내연기관 갖춘 AMG 라인업을 소개하는데 공들이는 이유는 뭘까. 벤츠는 AMG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갈수록 높아지는 고성능차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취지를 설명했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는 AMG 브랜드를 운영함으로써 자동차 성능에 대한 기술력을 시장에 과시할 수 있다”며 “또 이 같은 전략을 통해 AMG를 찾는 고객 뿐 아니라 일반 모델에 대한 고객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국내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AMG 차량들이 17일 AMG 스피드웨이에서 운행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국내 고성능차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는 점도 AMG 라인업을 확장하도록 벤츠를 부추기는 요소다. 벤츠에 따르면 작년 AMG 국내 판매량은 전체 모델 판매량 7만8133대 가운데 3.5%인 2740대 판매됐다. AMG 판매 비중은 지난 상반기 더욱 늘어났다. 지난 1~6월 AMG 판매량은 전체 3만6368대 가운데 5.9%에 달하는 2129대로 집계됐다. 

추세가 이어질 경우 AMG 연간 판매량이 지난해의 2배 수준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보상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비싸지만 즐거운 주행경험을 얻을 수 있는 고성능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