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을 잡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올인하고 있다. 가히 ‘부동산과의 전쟁’이라고 부를 만하다. 美 월스트리트 저널까지 “다른 나라의 투자자들은 서울의 부동산시장을 주시하는 게 좋겠다”며 한국정부의 대응에 대해 소개할 정도다. 아직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부동산 대책의 모범사례로 삼으라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WSJ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지난 8년간 50% 오르고 서울의 소형 아파트는 2배 이상 급등할 정도여서 한국은 다른 경제 선진국들과 같은 도전에 직면한 셈”이라고 전제하고 정부 대책을 ‘매우 엄격한 조치’이자 ‘급진적 단속’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민생은 다른 곳에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전세 시장이 난리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 아예 매물이 줄었다.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주간 단위로는 4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13일 기준으로도 ‘55주 연속 상승’의 기록(한국감정원)을 냈다.
전세난은 저금리나 세입자의 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 값을 잡겠다는 정부 규제의 부작용이다. ‘부동산과 전쟁’의 불똥이 튄 것이다. 전세가격은 작년부터 오름세를 타긴 했다. 하지만 급등의 기세로 돌아선 것은 정부의 6·17 대책이 계기였다. ‘2년 거주 의무화’ 같은 규제가 나오자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여 전월세를 놓고 있던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자기 집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7·10대책으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이 대폭 인상되자 집주인들은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고 속속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있다. 한국감정원도 지난 16일 “2년 실거주를 채우려는 수요, 청약 대기 수요 등 영향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정부 여당의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여당은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보호 3법’을 마련하고, 소급적용까지 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6일 국회 연설에서 “‘임대차 3법’을 비롯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 반쪽짜리 대책이 되고 말 것”이라며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어설픈 세입자 보호 대책은 전세시장을 왜곡시킨다. 이번에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임대기간이 최소 4년으로 늘어나고 임대료를 5% 이상 인상할 수 없다. 최근 집주인들이 인상된 가격으로 앞당겨 재계약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당의 한 의원이 발의한 표준임대료 제도는 위헌소지마저 있다. ‘주거기본법 및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세금도 정부가 정해주겠다는 것이다. 강제성은 없다지만 세입자의 요청으로 분쟁조정위원회가 개입할 수 있다. 객관성을 따지기 힘든 전세금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빈발할 수 있다.
규제는 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속도와 강도, 내용 면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하면 시장의 불신을 사고, 시장을 왜곡시킨다. 지난 1989년 정부가 세입자를 보호한다며 전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기로 했을 때 서울 전세금이 23% 이상 올라 버렸다. 세입자 보호 대책이 세입자 고통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