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용융자 잔고 규모가 13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3조416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 3월 말 코로나19 충격으로 융자잔고가 6조원 수준까지 떨어진 이후 3개월여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들이 증권사에 빚을 내 주식을 산 금액이다. 주식 신용거래는 일정 보증금률(40~45%)을 맞추면 증권사에서 나머지 금액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방법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적은 돈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상승장일 경우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빚을 내 산 주식의 주가가 하락해 대출받은 개인이 만기일(통상 3개월)까지 변제를 완료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매도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돈을 회수하게 된다.

신용융자 잔고가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빚을 내서라고 주식을 산다’라는 투자자들의 매수 의지 확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통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신용융자 잔고가 확대된다. 

특히 최근 한 달간 신용융자 잔고 추이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주(株)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진단키트 수출, 치료제·백신 등의 개발성과에 따라 기업이익이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전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종목별 신용융자 잔고 현황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잔고액이 각각 3608억원과 2903억원으로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에 이어 ▲삼성전자 3307억원 ▲SK 1768억원 ▲SK하이닉스 1511억원 ▲부광약품 113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다음으로 ▲씨젠 2179억원 ▲셀트리온제약(912억원) ▲에이치엘비(804억원) ▲케이엠더블유(709억원) 등 순이었다.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고 증가세를 보면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코스피의 셀트리온은 한 달 새 906억원이 늘어 전체 잔고의 25%가 늘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풍제약도 각각 418억원, 316억원 늘며 전체 잔고의 38.6%, 40.1%가 한 달 만에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씨젠은 705억원이 늘며 전체 잔고 대비 32.4%가 유입됐고 ▲알테오젠 299억원 ▲제넥신 182억원 ▲에이비엘바이오 114억원 등 순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제약주가 장기적 상승 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적시즌과 함께 단기조정과정에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를 비롯한 한국증시는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들은 하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