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코로나19 이후 지역화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단순 지역 상품권의 역할을 뛰어넘어, 각종 정책 수당을 지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KT 블록체인비즈센터 김종철 센터장은 최근 진행한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례적인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지급하며 ‘거주 지역 내에서 사용하는 돈’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할인을 위해 구매하는 ‘상품권’의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 김종철 KT 블록체인비즈센터 센터장. 출처=박재성 기자

KT의 지역화폐 사업에도 활기가 돌 전망이다. KT는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서비스 ‘착한페이’를 부산, 울산 등 광역시를 비롯한 세종, 김포, 공주, 익산, 칠곡 등 7개 지역에 서비스하고 있다.

김종철 센터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급형 상품권’의 활용 가능성에 집중했다. 지급형 상품권이란 지자체가 특정 대상자들에게 돈을 입금해 주는 형식을 말한다. 주민이 직접 지역 상품권을 구입하는 ‘구입형 상품권’과 구분된다.

김 센터장은 “수당 지급도 지역화폐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KT로서는 사업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수당에는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아동 수당, 출산 축하금, 청년기본소득 수당, 노인 수당 등이 포함된다. 실제로 지자체들 사이에서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을 경험하며 지역화폐의 활용 가능성을 다시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센터장은 “지역화폐의 핵심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다. 이를 위해선 발행처가 많아지고 돈이 많이 도는 선순환 구조가 되야한다”면서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구매, 배달, 기부, 교통 등 생활 밀착 서비스들에서도 지역화폐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생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화폐는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김 센터장은 강조했다. 일반 가맹점, 프렌차이즈 등에서 스스로 발행하는 디지털 바우처가 대표적 예다. 단적인 예로, 일정 금액을 한번에 미리 결제하면 할인을 제공하는 미용실의 판매 모델도 일종의 바우처다. 이러한 영역을 신뢰성을 담보하는 지역화폐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묘안이다. 실제로 지자체에서는 지역화폐와 연계한 기부, 교통결제, 온라인 쇼핑, 관광 등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QR코드·카드·지류 모두 품는다”

지역화폐 계약은 공개 입찰을 통해 따내야한다. KT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자들이 수주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따라서 각 사업자는 자사 서비스의 강점을 내세워야한다. KT의 경우 다양한 결제 방식을 모두 품으며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종철 센터장은 “QR코드 결제는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지만, 가맹점과 사용자 모두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카드 결제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아직까지 지류 상품권을 사용하는 지자체 수요를 반영, 지류 상품권 통합 관리 시스템을 오는 8월 오픈한다. 아울러 카드 결제 방식에선 선불카드와 체크카드 모두를 가능케할 계획이다.

이처럼 다양한 결제 수단을 기반으로 지역화폐 활용 영역을 넓히고 착한페이를 하나의 지역 커뮤니티 앱으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게 KT의 목표다.

그룹사와의 시너지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 센터장은 “KT는 케이뱅크, 비씨카드, 스마트로 등 금융권 그룹사들이 있다. 이들의 금융결제, 모바일 상품권 등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 김종철 KT 블록체인비즈센터 센터장. 출처=박재성 기자

지역화폐, 왜 블록체인 기반?

김종철 센터장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지난해 초부터 지류형 상품권에서 모바일·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종이 상품권의 경우 구매자와 가맹점 간 부정거래를 통해 차익을 만들어내는 ‘상품권 깡’ 문제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는 돈이 지역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으로 이어져 본래의 지역화폐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반면 디지털 화폐의 경우 음성 유통을 방지할 수 있고 제조에 필요한 부대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다만 ‘왜 블록체인 기반 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김 센터장은 “블록체인이 없어도 디지털 서비스는 가능하다”면서도 “그렇지만 블록체인은 거래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내역이 원장에 기록되는데, 이 기록은 임의로 변경될 수가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때문에 제3자의 보증이 없어도 그 자체로 신뢰도를 갖추게 된다. 이는 수정이 가능한 일반 DB와의 큰 차이점이다.

신뢰도가 담보된 지역화폐 플랫폼 내에서는 발행자, 가맹점, 사용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다. 발행자는 복잡한 절차 없이도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고 사용자는 앱을 통해 쉽게 화폐를 구입·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지역화폐를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다. 며칠의 시간이 소요되는 카드 결제 환전 대비 가진 장점이다.

물론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이 마냥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서비스의 경우 새롭게 탄생한 개념이다 보니 적용받는 법이 애매모호한 부분이 종종 생긴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행정안전부와 지속적으로 질의 응답을 하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관련해 좀더 명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코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여전하다. 김 센터장은 “블록체인을 이야기하면 전부 코인을 발행하는 것으로 오해를 종종 받는다”면서 “일부 우려를 불식시키고 설득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