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등 세계적안 명사들이 동일한 시간, 동시다발적으로 뜬금없는 비트코인 투자를 제안하고 나섰다. 각 트위터 계정을 통해 30분 안에 1000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특정 지갑으로 보내면 두 배로 불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초유의 해킹 사태가 터졌다.

▲ 해킹당한 트위터 계정. 출처=갈무리

잘 나가던 트위터

트위터는 폐쇄형 SNS를 지향했던 페이스북과 달리 트윗으로 대표되는 오픈 마이크 전략, 즉 공개형 SNS를 지향한 바 있다. 물론 페이스북이 최근 커뮤니티 중심 전략으로 선회하며 내적 플랫폼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지만, 트위터가 가진 공개형 SNS과는 차원이 다르다. 트위터는 재잘거리는 이용자들의 트윗을 바탕으로 빠른 이야기 전파와 ‘소음’으로 글로벌 SNS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때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며 공개형 SNS 플랫폼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일각에서 ‘광산의 카나리아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트위터는 기민하게 대응했다. 잭 도시 창업자가 트위터에만 온전히 집중하기로 선언한 후 트위터 이용자들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트위터 활성 이용자는 1억64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3%, 전 분기 대비 8%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세를 몰아 트위터는 공개형 SNS의 특징을 살려 다양한 정책을 추구했다. K-팝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광범위한 확산에 큰 힘을 더하는 한편 주요 셀럽들의 ‘마이크’가 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후자의 경우 트위터가 셀럽의 일방적인 마이크가 되어 콘텐츠의 단방향 전파로만 작동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트위터 입장에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같은 광적인 트위터 셀럽이 존재한다는 것은 플랫폼의 확장에 있어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트위터는 전직원 재택근무를 시사하는 등의 정책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를 통한 비대면 트렌드 강화에 따른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되며, 트위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선도적인 ‘오프라인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는 ‘이미지’까지 생겼다.

광적인 트위터 셀럽이자 미국, 혹은 전 세계 최고 권력자 중 하나인 트럼프 대통령과 당당하게 맞서는 장면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흑인시위, 대선 투표방식 등에 있어 트위터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의견을 전개하자 즉각 경고딱지를 붙이는 초강경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지만,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경전도 불사하며 건전한 SNS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은 트위터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트위터는 최근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논란을 겪고있는 홍콩에서 철수하는 등, 글로벌 SNS 업계의 민감한 트렌드 창조자로 활동하는 중이다.

놀라운 소식, 트위터 해킹

코로나19로 광고 공급이 줄어들며 트위터의 2분기 실적은 생각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위터는 트렌드를 창조하고 선한 이미지를 덧대는 한편 빠른 확장성을 무기로 삼아 ‘깊이가 없다’는 한계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해킹 사건은 트위터의 모든 노력과 근간을 뿌리부터 흔들고 말았다.

1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나아가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유명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같은 유명인사는 물론 우버 공식 트위터 계정 등 회사 계정도 해킹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는 특정 지갑의 주소를 공유하며 비트코인을 보내면 단기간에 두 배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불법 광고를 버젓이 올려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트위터는 사태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내는 한편 즉각 성명을 통해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하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유명 인사들의 계정이 해킹당한 것 자체가 문제다. SNS 보안 인프라 문제를 넘어, 이는 SNS가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이용자들의 믿음과 배치된다는 비판이다. 물론 지금까지 소소한 SNS 해킹이 벌어진 바 있으나, 이번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셀럽들이 해킹당한데다 무엇보다 ‘트위터’라 더 문제다.

왜 트위터라 더 문제가 되는 것일까? 다른 SNS와 달리 트위터는 공개형 SNS를 표방하며 트윗, 즉 불특정 다수의 재잘거림에 집중한 바 있다. 오프라인 인간관계와 최대한 관련이 없고 강력한 익명을 보장하는 상태에서 나오는 무질서한 재잘거림은 자칫 범죄의 수준으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버즈(소음), 즉 트래픽은 현재의 트위터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트위터가 셀럽의 마이크로 재편된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트위터 이용자들은 소란스러운 버즈가 만연한 곳에서 본인도 오프라인 관계가 희박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버즈를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오프라인에서 명성이 높은 셀럽들이 이 버즈의 행렬에 동참하며 판이 출렁인다. 각 일반 이용자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프라인의 명성이 높은 셀럽들은 누구나 아는 유명인들이다.

셀럽들은 트위터가 제공하는 발 빠른 메시지 전달에 착안해 짧고 간결한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뿌리고, 서로 오프라인에서 잘 모르던 이용자들은 모두가 아는 셀럽의 메시지에 환호하며 전혀 이색적인 오프라인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환호한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셀럽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위터 해킹이 최악의 위기인 이유다. 오프라인 연결고리가 흐릿한 불특정 다수의 버즈가 남발하던 상황에서 셀럽의 마이크가 된 트위터는 이 과정에서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해킹 사태를 통해 트위터 셀럽도 해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지나치게 대규모로, 또 선정적으로 알려진 것은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트위터는 셀럽의 강력한 메시지가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막을 정도로 페이크 뉴스처럼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를 차단, 건전한 SNS 생태계를 막으려던 트위터의 지난한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이는 모든 SNS의 비극이며,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의 비극으로도 볼 수 있다.

‘안전하다는 믿음’

트위터는 조만간 기술적 문제를 점검해 이번 해킹 사태의 실체를 밝힌다는 각오다. 다만 셀럽의 마이크라는 플랫폼 효과에 크게 의지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계정도 아닌 셀럽의 계정이 해킹된 점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SNS의 기본적인 특성은 초연결이며, 특히 트위터는 하나의 중심 메시지가 주변부로 퍼지는 확장 플랫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각 계정의 보안, 나아가 유통되는 메시지의 ‘퀄리티(질)’이 어떻게 관리되는지가 향후 트위터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