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장용 MLCC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의견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의 전략적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재계에서는 최근 검찰의 상황과 이후 보여지는 삼성의 움직임이 이 부회장을 둘러싼 수사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사면초가 검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격렬한 대립은 여·야의 진영논리 대결로 확대됐다. 

특히 정부여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윤 총장에게 진보 진영 인사들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최근 이 부회장 관련된 수사를 통해 더욱 수세에 몰렸다. 

검찰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권고” 의견으로 그간의 검찰수사에 대한 정당성이 약해진 것과 거의 동시에 윤석열 총장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검언유착(검찰-언론 간 유착)’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한 장관의 고유 권한인 수사지휘권(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휘·중단할 수 있는 권한)의 효력을 발동시켜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의 입지가 굳어져 있는 검찰의 개입을 배제시켰다. 이로 인해 검찰의 입지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축소돼 있는 상태다. 

삼성이 움직인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광폭 행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대외적 이벤트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그리고 두 번째는 삼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 다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권고’ 의견이 나온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여러 사업장들을 직접 방문하고 임직원들과 대화하는 모습들을 대중들에게 자주 보여줬다. 지난달 30일 이 부회장은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사업장인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주요 경영진들과 동행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산업 동향에 대해 현장 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한 후, 제조장비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 6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에 참여 중인 임직원들을 만나고 담소를 나눴고 16일에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전장용 MLCC(전자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를 수 있도록 제어하는 부품)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여기에 지난 5월 이뤄진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배터리 회동’에 이은 두 번째 회동이 오는 21일로 예정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의 적극적 연대 분위기를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각 대학의 반도체 및 첨단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산학협력센터’ 설치 2주년을 맞아 산학협력 기금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도 결정했다. 15일에는 복지시설에서 보호기간이 종료된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삼성 희망디딤돌’ 사업 지역을 확대했고, 16일에는 소상공인 사업자들에게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공지했다. 방법은 모두 달랐지만 삼성이 실천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삼성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공통점이 있다. 

▲ 삼성 내 사내벤처 C랩에 참가한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재용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삼성의 행보가 미칠 영향은 

검찰을 향한 '압박'과 삼성의 ‘긍정적’ 행보가 대조는 이후 결론이 날 검찰의 기소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삼성의 모든 행보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기 위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격적 경영, 현장 경영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통한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해 삼성은 그저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삼성이 자신들의 행보에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담았다고 해도 그것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이 최근 보여준 공격적인 외부행보는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검찰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슬아슬한 여론전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된 가운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거스른 전례는 없었지만 그를 무조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외부 요인들로 자존심을 구긴 검찰은 위신 회복을 위해 삼성의 수사에 더 결사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여러가지 가능성이 타진되는 가운데 지난 수 년 동안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추궁해 온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의 의견 반영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연장선에서 일부 매체가 “서울지검이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보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긴장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서로의 절실함이 묻어나는 검찰과 삼성의 묘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흔들리는 판 위에서 소리없이 치고 받는 이 승부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