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슬레의 마크 슈나이더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수익에 대해 긴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출처= Youtub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스위스 식품 대기업 네슬레(Nestlé)의 마크 슈나이더 최고 경영자(CEO)는 베이컨 치즈 버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베이컨, 치즈, 소고기는 전혀 들어 있지 않은 햄버거를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그것은 식품 산업의 미래일 수도 유제품이 없는 가짜 고기가 들어 있는 햄버거다. 이것은 기후변화와 싸워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더 높아지는 가운데 네슬레 같은 대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슈나이더 CEO는 네슬레의 비건 버거가 붉은 고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와 가축 사육 농업이 기후에 좋지 않다는 비판에 대한 회사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식품업체 네슬레는 두 트렌드의 교차점에 있다. 이 회사는 우아 이유식, 커피, 아이스크림, 애완동물 사료, 생수 등 전 세계인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환경 운동가들은 그 과정에서 오염된 물을 배출하고, 기름지고 단 음식으로 비만을 촉진하며, 플라스틱 포장으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비난한다.

네슬레에는 전세계적으로 30만 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930억 달러(112조원)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먹는 음식의 환경적 효과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네슬레 같은 식품 대기업에 대한 요구 사항도 많아지고 있다. 농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플라스틱 생산과 소각이 또 10%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식품업계의 대응 조치가 없으면 재앙적 기후변화를 피할 길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자들도 기업의 현명한 대처를 압박하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펀드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CEO는 기업들이 주주에 대한 배당 뿐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슈나이더 CEO는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환경 개선)을 위해 이익(배당)을 희생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적 측면에서 볼 때, 투자자들은 결코 기업에게 환경 투자의 여유를 넉넉히 주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주주들도 기업의 장기적인 안목을 지지하는 의지가 강해졌다. 슈나이더 CEO는 "관건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버거를 예로 들자면, 우리가 버거 개발에 쓰는 돈은 당장 이번 분기의 수익에 부담이 되지요. 하지만 내년이나 그 다음 해는 이것이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수익과 지속가능성이 장기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이체방크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환경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인식된 기업의 주가가 그렇지 않은 기업의 주가를 크게 앞질렀다. 또 소비자들도 기업이 친환경적인지에 따라 구매 결정을 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네슬레의 환경 및 공공 영양에 대한 헌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해 왔다. 예를 들어 네슬레는 마그기(Maggi)라는 브랜드의 고형(固形) 스프(녹여서 수프를 만듦)에 철분을 첨가했다. 이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양결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이 고형 스프에 영양분을 강화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 스위스 로잔에 있는 네슬레 연구센터에서는 고기 없는 버거 같은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출처= 네슬레

네슬레는 지난해 9월, 스위스 로잔에 포장재과학연구소(Packaging Sciences in Lausanne)를 출범시켰다. 2025년까지 회사의 모든 포장이 재활용(recyclable) 되거나 재사용(reusable) 될 수 있도록 하고, 그 중 어느 것도 매립지에 들어가거나 태평양에 떠다니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재활용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경험에 따르면 재활용 가능한 포장도 대개 그냥 버려진다. 가난한 나라들은 재활용에 필요한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플라스틱 캠페인 글로벌 프로젝트 리더인 그레이엄 포브스는 "해법은 포장을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슬레는 또 성장 시장인 아프리카의 소비자들을 기름지고 단 음식에 빠지게 함으로써 비만을 촉진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향이 가미된 네스퀵(Nesquik) 분유, 킷캣(KitKat) 초콜릿 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등을 두고 나온 말이다.

네슬레는 이미 2000년 이후 제품 내 당분을 3분의 1 이상 줄였으며 내년까지 5%를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포화지방과 소금에 대해서도 비슷한 목표를 설정했다.

네슬레의 로잔 연구소에서는 하얀 코트를 입은 과학자이 설탕, 포화 지방, 소금을 줄이면서 맛을 보존하는 공식을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생수도 네슬레가 자주 수세에 몰리는 사업 중 하나다. 회사는 페리어(Perrier), 샌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 폴란드 스프링(Poland Spring) 등의 생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네슬레 생수 사업은 거의 80억 달러(1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 이 회사는 지하수층을 고갈시키고 공공자원을 돈 받고 팔았다며 고소를 당했다. 수돗물이 안전한 선진국에서는 물을 병에 담아 매장에 트럭으로 운반하는 것 자체를 낭비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네슬레는 한 가족 회사가 한 세기 동안 소유해 온 광천수 브랜드 헤니츠(Henniez)를 2008년 인수했다. 이 물이 나오는 샘 인근에 사는 농부들은 네슬레가 농부들과 함께 물의 질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물을 퍼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네슬레는 헤니츠 생수 보틀링 공장 옆에 있는 바이오가스 공장에 천연 거름과 네스프레소 꼬투리에서 나온 커피 찌꺼기를 연료로 공급한다. 농부들은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면서 이 커피 찌꺼기를 비료로 사용한다.

네슬레의 수자원 관리자인 지질학자 세드릭 에거는 “우리는 이런 물 관리 전략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건 베이컨 치즈버거는 네슬레가 식물성 버거 경쟁에 진입하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다. 네슬레는 이 버거를 레스토랑 체인점에 공급할 계획이지만 아직 어떤 고객이 확보되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회사는 이미 식물성 버거와 다른 고기 대체품을 미국에서는 스윗 어스(Sweet Earth) 브랜드로, 유럽에서는 가든 고메(Garden Gourmet)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소 사육과 낙농은 온실가스의 주요 범인이기 때문에 식물성 고기는 지구를 구하고 돈도 버는 두 가지 이상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슈나이더 CEO는 "우리가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100억 명 인구의 지구를 먹여 살리려면 더 많은 식물 기반 대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