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기후변화와 싸우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4년 동안 2조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인프라와 에너지 부문을 개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출처= Inquir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4년 동안 2조 달러(2400조원)를 투자해 미국의 인프라와 에너지 부문을 개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순 제로(0)' 달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또, 코로나 대유행으로 미국이 경제위기에 빠짐에 따라, 도로, 교량, 기차, 자동차 산업, 광대역 시스템의 정비를 통해 시간당 최소 15달러의 ‘노조 일자리’ 수백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더 강력해진 바이든-샌더스 공동 태스크포스 案 

바이든의 이 같은 계획은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이후 며칠 만에 나온 것으로, 바이든이 경선 기간 중 제시했던 청정 에너지 관련 공약보다 몇 걸음 더 나간 것이다. 바이든은 10년 동안 기후 변화 대응에 1조 7천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었지만, 이번 공약은 4년간 2조 달러의 지출을 요한다.

바이든은 이날 델라웨어에서 열린 선거운동 연설에서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를 겪지 않았더라도 이런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것이 경제와 공중 보건에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또 연방정부 법무부 내에 환경 및 기후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지난 수 년 동안 환경 규제를 완화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들을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든은 향후 10년 동안 겪어야 할 도전과제 가운데 기후 위기보다 더한 것은 없다면서 이는 "건강과 생존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 위기를 부정하면서 과소평가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할 때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거짓'(hoax)뿐"이라고 비판하고 "그러나 나는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어가 '일자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캠프는 또 오염을 더 잘 감시하고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유색인종 사회를 만성적 건강 악화에 시달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유색인들이 사는 취약 지역에 기업들이 저지른 역사적 잘못과 피해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지역을 오염시켜도 괜찮다는 관행에 대해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다만 바이든 선거캠프는 이번에도 인프라 투자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바이든은 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의 계획이 대체로 화석연료로부터의 더 느린 전환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의 반대를 극복할 지는 미지수다. 결국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4석더 늘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청정 인프라 대정비 

바이든의 이번 계획에는,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기후변화 행동주의자이자 억만장자 헤지펀드 창업자 톰 스타이어도 참여했다. 그러나 바이든 캠프는 셰일 혁명을 가져왔지만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논란이 일고 있는 수압파쇄 시추를 금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당내 경선 중에는 천연가스 추출 관행에 대한 일부 제한을 주장했었다.

주지하다시피 셰일 산업은 펜실베이니아주 등 트럼프 대통령과의 경합주에서 번창하는 사업이다. 샌더스는 수압 파쇄의 전면적 금지를 지지했었다.

바이든-샌더스 공동 태스크포스에서 기후변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상원의원은, 환경과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른 바 그린뉴딜(Green New Deal) 에너지 및 일자리 대책을 전면 지지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14일, "조 바이든의 미국에서는 석유, 천연가스, 셰일 개발, 에너지 인프라 관련 노조 일자리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바이든의 계획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미국 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전통 에너지 생산에 대한 규제들을 철폐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선거운동 기간 중과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공약했던 인프라 정비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는 이 공약을 실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계획에는 인프라 정비에 통근열차, 버스, 승용차를 전기나 청정 연료를 사용해 운행시키겠다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철도여객공사(Amtrak)와 민간 운송회사들의 전기 열차의 개발이 더욱 장려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는 청정 경전철과 버스 시스템의 지역 개발에 투자하게 될 것이며, 미국의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생산을 장려하고 연비 기준을 높일 것이다.

또한 이 계획에 따라, 주택과 상업용 건물들이 극한 날씨에 보다 더 견딜 수 있도록 개량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바이든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 주택을 150만 채 건설해 주택 부족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든은 또 이러한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프로그램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잠재적 비판자들을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정책들은 그림의 떡이 아닙니다. 우리가 당장 착수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정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