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을 위해 회동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LG그룹 구광모 회장. 출처: LG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가전은 역시, LG” 현재 LG전자가 생활가전 부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케팅 슬로건이다. 짧은 이 한 문장에는 생활가전 제품에 대해서는 고민 없이 LG를 선택해도 된다는 일종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만약 다른 주체가 이런 슬로건을 쓴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LG전자라면, 특히 생활가전 제품에 대해서라면 강한 자부심을 표출할 만한 자격이 있다. LG전자 생활가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가전 한 우물 ‘62년’ 

LG전자는 올해로 62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현 LG그룹의 기둥과 같은 계열사다. 1958년 10월 LG그룹의 시초인 락희화학공업사의 창립자 연암 구인회가 현재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 전자회사 ‘금성사(金星社)’를 세운 것에서 LG전자는 시작됐다. 당시 금성사는 진공관식 9구 라디오 A-501, 6석 트랜지스터 라디오, 가정용 선풍기, 그리고 자동전화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이후 금성사는 냉장고, TV, 실내용 소형 에어컨 등 거의 모든 카테고리의 가전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전통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LG전자는 최소 60년 이상을 가전이라는 한 우물을 파 왔다.  

1974년 주식회사 럭키로 상호를 바꾼 락희화학과 사세가 커진 금성사는 1983년 럭키금성그룹으로 합병됐고, 이 회사는 현재 LG의 전신이 된다. 이후 1995년 럭키금성그룹은 럭키(Lucky)의 L, 금성(Goldstar)의 G를 합친 ‘LG그룹’으로 이름을 바꿨고, 여기에 맞춰 금성사도 ‘LG전자’로 사명을 바꾼다. 가전에서 꾸준하게 쌓아올린 전자기술 개발과 제조의 경쟁력은 LG전자의 사업이 확장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현재 LG전자는 가전과 함께 자동차 부품, 배터리,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전자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극한의 내구성 

LG전자 가전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우스갯소리 한 마디가 있다. “더럽게 튼튼하다”라는 것이다. 디자인과 성능도 우수하지만 특히 LG전자의 가전제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어지간해서는 잘 고장 나지 않고 오래가는 ‘내구성’이다. LG전자 제품들의 우수한 내구성을 증명하는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지난 2012년에는 1970년대에 생산된 금성사의 실내용 에어컨이 LG전자 측의 요청에 의해 제품을 가지고 있던 고객에게 기증을 받은 일도 있었다. 놀라운 것은 제품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같은 해 남아공에서는 태풍이 몰아쳐 공중에 떴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LG 냉장고가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전자 제품과 관련해서는 이런 말도 있다. “LG전자 세탁기는 제작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돼도 문제가 없다”. 이는 제작 기술을 알아도 LG세탁기와 같은 성능의 제품을 만들어낼 경쟁력이 중국에는 아직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제품 경쟁력이 LG전자를 전 세계를 휩쓰는 가전 브랜드로 인정받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LG전자는 미국의 전자기업 월풀(Whirlpool)을 제치고 생활 가전 매출 세계 1위에 올랐다. LG전자는 2019년 상반기 매출액 11조6292억원, 영업이익 1조445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시 환율 기준 원화로 환산한 월풀의 매출은 11조3982억원, 영업이익 5203억원이었다.  

코로나 위기 속 한 줄기 ‘희망’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는 LG전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우선 인도의 LG가전공장이 코로나의 여파로 가동이 전면 중단돼 생산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아울러 미국의 대형 가전제품 유통업체 베스트 바이(Best Buy), 유럽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가전 유통업체 미디어 막트(Media Markt) 등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해 유통망도 축소됐다.

▲ 세계 유명 IT/가전 매체들로부터 그 성능을 극찬받아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된 LG전자의 냉장고. 출처= LG전자

이러한 악재는 LG전자의 실적에도 반영됐다. 최근 발표된 잠정실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LG전자는 매출 12조8340억원, 영업이익 49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9%, 24.4% 감소한 수치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의 영향을 받은 전 세계 가전업계 흐름을 고려하면 LG전자는 오히려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실적 발표 전 투자계는 LG전자의 영업이익이 4000억원대를 간신히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도 LG전자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결정적 요인 역시 ‘가전’이었다. 스타일러·건조기·식기세척기 등 LG전자의 대용량 스팀가전 제품의 국내 판매가 바닥을 찍고 반등한 것이 실적에 반영됐다. 이러한 사례들로 가전은 LG전자가 60년을 넘게 한 우물만 파서 얻어낸 최강의 ‘필살기’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