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한국판 뉴딜 대국민 보고대회 일환으로 현대차의 미래 사업을 소개하고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 회장은 함께 일하는 임직원들에게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고 정주영 회장이 1977~1987년 전국경제연합회 회장을 맡을 당시 상무로서 그를 보좌한 박정웅 메이텍 인터내셔널 회장의 전언이다. “이봐, 해봤어?”라는 표현은, 고 정주영 회장이 글로벌 기업집단을 일궈낸 후 별세한지 19년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이에게 도전의식과 영감을 심어주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어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고 정주영 회장의 생전 현대그룹을 모태로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당시 현대그룹은 작은 자동차 공업사에서 태동했다. 고 정주영 회장은 32살이던 1946년 서울 중구에 인척, 친구 등과 함께 ‘현대 자동차 공업소’를 차렸다. 고 정주영 회장은 현대 자동차 공업소를 시작으로 현대토건, 현대조선중공업(현 현대중공업), 경일육운(현 현대백화점) 등 산업별로 굵직한 기업들을 세웠다. 현대 자동차 공업소가 이름이나 창립 순서 등으로 미뤄 보아 현대그룹의 시초격인 사업장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글로벌 외환위기와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 등 각종 위기를 거친 뒤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전신으로 둔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인천제철·현대강관(현 현대제철로 통합), 한국철도차량(현 현대로템) 등 계열사를 품은 채 출범했다. 이후 2011년 현대건설을 현대그룹으로부터 인수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으로 기업집단명을 변경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그룹명에 담은 데서 알 수 있듯 차량을 생산·유통하는 사업에 주력해왔다. 고 정주영 회장이 현대 자동차 공업소를 계승해 1967년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 설립한 현대자동차와, 1999년 인수한 기아자동차 등 두 회사를 필두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되기 전 1980년대까지만 해도 포드, 미쓰비시 등 해외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과 영업망을 활용해 차량을 개발·생산·유통해왔다. 하지만 1972년 포드와 결별한 뒤 1990년대 들어서 독자기술로 상용 개발한 차량을 내놓는 등 사업적 자립에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시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완성차 시장의 주류인 내연기관 모델의 판매실적을 늘릴 뿐 아니라 친환경차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데도 주력했다. 현대차는 1991년 중형 세단 쏘나타에 납축전지를 탑재한 주행거리 50㎞의 전기차를 사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어 1994년에는 수소전기차 개발 과정을 이어갔다. 2010년 첫 양산형 전기차 블루온, 2013년 첫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ix 등 친환경차 관련 성과를 지속 창출했다.

현대차·기아차,전 세계 5위 발돋움… 친환경차·모빌리티로 도약 노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성과들을 토대로 시장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역량을 향상시킴으로써 각 분야에서 입지를 넓혀오고 있다.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동차 720만 대를 판매함으로써 대수 기준 5위에 랭크됐다. 폭스바겐그룹(1033만 대), 토요타그룹(970만 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922만 대), 지엠(774만 대)에 이어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0년 말을 기점으로 포드를 제치고 5위 자리를 10년째 고수하고 있다.

두 국산차 업체는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 성과를 내고 있다. 양사는 2009년부터 지난 5월 31일 기준 친환경차를 누적 153만9752대 판매했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수소차 등 전기 구동장치를 갖춘 차량들의 각 실적을 모두 더한 수치다. 양사는 최근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도 판매량 기준 상위 기업에 꼽히고 있다. 전기차 시장 분석 플랫폼 EV세일즈(EVSales)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7만2959대, 5만3477대씩 판매함으로써 각각 9위, 11위에 올랐다.

▲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청사에서 에너지부와의 수소 부문 협력 MOU 체결식에 참석한 정의선 수석부회장.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방역에 비교적 성공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입지를 지속 넓혀갈 계획이다. 양사가 앞서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내놓은 미래 투자 전략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변함없이 전개할 계획이다. 양사는 당초 해당 전략을 통해 사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신성장 동력을 얻는데 방점을 찍었었다. 다만 이후 급발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적 투자 계획으로도 유효할 것으로 판단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전기차, 수소차 등 두 미래차를 핵심 사업 소재로 점찍고 관련 역량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더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지능형 모빌리티 등 분야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미래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2025년까지 현대차 61조1000억원, 기아차 29조원 등 총 90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