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간 회계협정이 폐기되면 중국 기업들의 미국 상장은 크게 어려워질 전망이다.     출처= Market Wat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2013년 미중간 체결된 회계협정(Audit Agreement)을 곧 폐기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국무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14일 보도했다.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이 문제는 미국의 주주를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 기업을 불리하게 만들며, 미국의 훌륭한 금융시장 표준을 약화시키는 국가안보 문제"라며 "파기 조치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공개 규정을 회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상장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회계협정이란

미국 감사기관(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 PCAOB)이 중국 감사기관(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CSRC)을 상대로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문서를 조회할 수 있는 절차를 수립한 이 협정은 처음에는 중국 금융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여겨졌고, 중국에는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의 합법성을 부여했다.

중국 기업은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중국식 회계 규정을 그대로 따를 수 있었고, 이는 내부 정보 공개를 꺼리는 중국 기업들의 미 증시 진입을 촉진했다. 미국 증시 상장도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PCAOB은 오랫동안 중국이 미국 거래소와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감사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고 불평해왔다. 중국 회계법인들을 제대로 감사할 수 없었고 중국 당국도 자국법이나 자국 이익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크라크 경제차관은 중국 당국의 투명성 결여로 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곧 이 계약을 끝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이는 PCAOB가 중국 기업의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회계협정 파기되면 어떻게 되나

회계협정이 파기되면 미국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은 미국식 회계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 경우, 알리바바, 바이두처럼 이미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대기업에는 큰 타격이 없지만,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신규 상장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언제, 어떻게 협정을 파기할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쪽이 해지를 통보하면 30일 뒤에 합의가 종료된다.

중국의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커피(luckin coffee)의 회계부정으로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 기준 강화 등 대중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규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지난 6월에는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시장실무그룹(PWG)에 지시한 바 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 플로리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재무 투명성을 위한 미국의 법과 규정을 공개적으로 어길 수 있게 하는 이 협정을 파기하는데 그칠 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에 지속적인 위협인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중국의 착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도 "미중 회계협정은 미국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뚫린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수조 달러를 조달하는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회계규정을 준수하지 않도록 놔두는 것은 비양심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회계협정 철회를 논의하는 것은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정보 공개 부족으로 인한 미국 당국의 좌절감의 표시라고 전했다.

이번 회계감사 협정 폐지안은 무역전쟁, 코로나 책임 공방, 홍콩 자치권, 중국 내 인권문제 등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