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한샘의 첫 CEO 최양하 회장은 가구업계의 신화를 일군 인물로 꼽힌다. 가구업계 최초 매출 1조원, 그리고 또 다시 매출 2조원의 벽을 돌파하며 가구업계에 ‘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자리는 강승수 한샘 회장이 이어받았다. 취임 8개월만에 ‘영업이익 172% 급증(2분기)’이라는 성적을 내놓은 그의 포부는 선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2027년 매출 10조원’이 그의 목표다.

지난 16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 2분기 5172억원의 매출과 2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5.9%, 172.3% 급증한 실적이다. 전년비 20% 이상의 고성장을 이룬 것은 2015년 4분기 이후 최초다. 실적이 이어진다면 연매출 2조원 재 달성도 눈 앞이다. 한샘 스스로도 현 시점을 ‘홈코노미 시대 개막’ ‘본격 성장의 재개’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강승수 한샘 회장. 사진=한샘

“별안간 뚝 떨어진 것은 없다”

올해 2분기 실적이 이전과 차별화된 점은 모든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샘의 캐시카우인 부엌가구 부문을 비롯해 리모델링 사업 부문에서 전년비 20% 성장을 기록했고, 인테리어 가구 사업에서도 21.1%의 성장을 기록했다. 새로 진입한 온라인 부문 매출은 35% 급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 같은 실적 급증은 강승수 회장과 한샘의 차별화된 경험과 내면의 저력에서 나온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경쟁자들보다 한 발 먼저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만큼 경험도 많다.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 1995년 한샘에 입사한 강 회장은 대리 시절 인테리어 가구 사업을 담당했다. 한샘은 1997년 인테리어 부문 업계 1위로 올라섰고, 청년 시절의 강 회장도 성공의 경험을 함께 했다. 한샘의 인테리어 사업 시작 5년, 강 회장 입사 2년만의 성과다.

한샘은 이후에도 핵심사업 분야를 넓혔고 이 과정들에는 강 회장이 빠짐없이 자리한다. 직영점, 해외사업 분야, 종합 인테리어, 리하우스 등으로 전문성을 넓혀왔고 중국, 일본시장 진출, 가구업계 최초의 서구형 종합 인테리어전시장 ‘한샘 플래그샵’의 등장도 이뤄진다. 

플래그샵 론칭은 한샘의 행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 행보였다. 부엌사업만 진행하던 한샘이 인테리어 분야로 발을 넓힌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본다. 한샘 키친&바스, 한샘 디자인파크의 원형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의 거침없던 행보는 그가 앉아온 자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입사 8년차(2003년) 이사대우, 12년차(2007년) 상무, 14년차(2009년) 전무로 승진하며 매년 신화를 써낸 그는 2010년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이후 사장(2014년 취임), 부회장(기획실장, 2016년)을 거치며 핵심 경영자로 자리매김했다.

▲ 한샘 사옥. 사진=한샘

보약이 된 독약 ‘코로나19’ ‘주택매매감소’

강승수 회장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한샘의 매출 감소, 영업이익 급감을 들며 ‘독이 든 성배’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매매거래 감소는 주력사업인 신규주택 모델 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고 뜻밖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회장 취임 후 그의 첫 악재가 될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19’는 오히려 기회로 돌아왔다. 언택트 시대(비대면·Untact)가 본격화되며 가정들의 가구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가구 부문 매출은 21.1%신장했고, 온라인 매출 역시 35%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은 최근 2~3년간 준비해온 상품 포트폴리오, 배송서비스, 온라인 몰 강화 정책이 더해지며 현실화됐다. 

온라인 부문(한샘몰)의 독자적 성장, 중소기업 공동 개발 브랜드 입점, 등 상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래 사업부문이 빠른 속도로 자리잡았다. 

주택거래 급감… ‘리하우스’로 대응

한샘의 고속 성장은 아파트 신규 분양 급증했던 2013~2015년 집중됐다. 2013년 85만 건 수준이었던 주택매매거래량은 2014년 100만 건 2015년 119만 건, 2016년 105만 건 등으로 급증한다. 한샘이 입주 아파트 가구, 특히 주방가구를 중심으로 급격한 실적 상승을 이뤄낸 시기다. 가구업계 최초 연 매출 2조원 돌파 신화를 쓴 시기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한샘의 실적도 악화됐다. 2017년 140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8년 560억원으로 급감했고, 이는 2019년 실적(559억원)까지 이어졌다. ‘신규분양 감소’ ‘실수요자 위주 가구 분배’가 현실화됐다.

눈여겨볼 것은 시장을 바라보는 한샘의 전략이 바뀐 시기다.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던 2016년, 스타일패키지 사업부였던 ‘한샘IK’를 ‘한샘리하우스’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구 전문 업체가 리모델링 관련 브랜드를 신설한 최초의 사례다.

2018년 50개였던 대리점은 지난해 4분기 450개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에도 50개 이상의 대리점을 새로 확보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286%, 201% 급증하는 등 큰 폭의 성장 추세다.

▲ 한샘디자인파크 용산아이파크몰점. 사진=한샘

“준비는 다 되어 있다” 긍정적 전망 잇따라

부동산114 REPS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5만2182가구다. 올해 상반기 대비 20.1% 많고, 지난해 같은 기간 입주물량(14만1656가구) 대비 7.4% 늘어난 수치다. 신규주택 사업 비중이 큰 한샘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노후 아파트 증가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다. 올해 기준 건축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는 181만 세대에 달한다. 주택량은 오는 2030년까지 521만 세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리모델링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수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8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홈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17년 30조원 고지를 넘겼고, 올해에는 4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21년에는 49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도 내놨다.

실수요 주택 증가와 이사 수요가 맞물리고, 종합 인테리어 시장 외형이 커진다면 한샘의 리하우스 매출도 크게 불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한샘 관계자는 “신규분양이 줄어든 반면 노후 주택에 대한 리모델링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이 시장을 선점적으로 점유한 것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라며 “가구와 주택은 목적구매성이 크기 때문에 질병 등 외부 이슈에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