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간판기업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시적이지만 시가총액 기준 엔비디아가 인텔을 누르고, 테슬라가 도요타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대의 트렌드가 변하며 주류 플레이어의 교체라는 파격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판의 흐름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엔비디아의 젠슨 황. 출처=엔비디아

'승승장구'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 인텔을 위협하고 있다. 비록 13일(현지시간) 나스닥 기술주들이 부진을 거듭하며 엔비디아 주가도 전일 대비 -4.07% 하락했으나,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9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470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460억달러의 인텔을 누르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되어 CPU 제작에 돌입했으나 그래픽 칩셋으로 방향을 바꿨고, 1997년에 출시된 RIVA 128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다. 지금은 GPU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는 중이다. GPU의 등장으로 그래픽카드는 단순한 화면 출력 장치가 아닌 게임 성능 가속 장치로 변신했고 그 중심에서 엔비디아의 강렬한 행보가 이어진 바 있다.

2017년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며 엔비디아는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나, 엔비디아에게는 GPU 본연의 경쟁력이 있다. 엔비디아가 내세우고 있는 병렬 구조의 GPU는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더욱 각광을 받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존재감이 최근 클라우드 시장의 만개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장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빅3 클라우드 플랫폼들이 속속 엔비디아의 특화된 GPU를 구매하며 최근의 주가 상승세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인텔이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에도 엔비디아의 존재감이 커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은 지난 5년간 약 10배 불어났다.

테슬라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화두다. 지금까지는 '위협'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실체적 공포'가 됐다. 

올해 430달러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폭발적으로 급등해 일본 도요타의 아성을 넘보기에 이르렀다. 테슬라는 모델3 등 전기차 경쟁력을 중심에 두고 FSD(Full Self-Driving,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을 가동해 오토파일럿 이상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중이다. 여기에 기가팩토리와 같은 에너지 기간 인프라와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해 강렬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및 데이터 전쟁의 강자로 활동하는 중이다. 자체적인 NPU 개발에 나서는 한편 스타링크를 중심으로 저궤도 인공위성을 무수히 쏘아올려 자율주행 및 에너지 거점 인프라 데이터를 착실하게 쌓아올리고 있다.

한편 글로벌 OTT 시장의 강자 넷플릭스도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지난 1분기에만 1600만 명이 증가하는 등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분위기다.

넷플릭스는 특유의 로컬 콘텐츠 제작을 바탕으로 소위 ‘글로벌 파이프 라인’ 전략도 힘있게 추진할 전망이다. 당장 국내에서 K 콘텐츠 경쟁력이 두각을 보이자 스튜디오 드래곤과 같은 제작사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는 한편 이들에게 ‘글로벌 시장 경험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콘텐츠 구매에만 사용한 금액이 150억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콘텐츠 강화 전략은, 콘텐츠 속성에 따라 OTT를 선택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승승장구의 이유와, 넘어야 할 산
엔비디아와 테슬라, 넷플릭스가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은 아니다. 넷플릭스와 엔비디아는 1990년대 등장했고 테슬라는 2003년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 이들의 비상을 두고 갑작스러운 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들 기업들은 오랫동안 본인의 영역에서 실력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성과를 일군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는 예외로 볼 수 있으나 엔비디아의 성장와 넷플릭스의 두각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의 강화로 클라우드 및 콘텐츠 서비스 소비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과 큰 관련이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와 테슬라 및 넷플릭스의 성장세에는 갈채를 보내고 있으나 '아직은 시대의 트렌드가 변한 것은 아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당장 엔비디아의 경우 한 때 인텔의 시총을 넘어섰으나 말 그대로 깜짝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칩 경쟁력이 강하지만 그 수요는 아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의 원인인 데이터 센터 분야만 봐도 인텔이 주도하는 서버용 프로세서는 데이터 센터의 필수적인 요소지만 엔비디아가 주력하는 인공지능 영역은 아직 수요가 안정적이지 않다.

PC와 서버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는 인텔의 존재감도 여전히 강하다. AMD 등의 공격에 다소 흔들리는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으나 인텔의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은 아직도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이 맥에 자체 칩을 가동해 인텔과 결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인텔의 주가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텔은 아직 B2B 측면에서 상당한 공급 파이프 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그 규모의 경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전망이다.

테슬라도 아직은 불완전하다. 주가가 수직상승하다가도 비이성적인 하락을 이어가는 등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3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 주식은 장 초반 무려 16.2% 오른 1794.99달러를 기록하는 괴력을 보이며 시총 321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장 후반 테슬라는 오히려 전날보다 3.1% 하락한 1497.0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총은 2770억달러로 쪼그라들며 무려 440억달러, 한화 53조원이 사라졌다.

월가에서는 전기차 시장 1위 테슬라가 조만간 S&P500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에 취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차익 실현을 위한 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차익 실현을 위한 주가 조정이라고 해도 하루만에 440억달러가 출렁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러한 사례가 결국 테슬라의 불확실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도 디즈니를 위협하는 콘텐츠 제국을 건설하고 있으나, 각 국에 얽힌 복잡한 송사와 여전한 현금 흐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특히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상당한 성과를 누렸으나 코로나19에 따른 테마파크 부문 실적이 하락하며 전체 실적이 낮아졌고, 그 틈을 노려 넷플릭스가 디즈니를 위협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곧 넷플릭스가 디즈니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그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좁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이미 디즈니는 일부 테마파크를 개장하기도 했다. 이럴 경우 넷플릭스가 디즈니를 압도하고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얼굴로 급격히 부상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무엇보다 주가는 당장의 현실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의미한다. 그런 이유로 주가 상승을 경험한 엔비디아와 테슬라, 넷플릭스는 이미 시장에서 강력한 노하우를 창출했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증명해야 할 것도 많다. 실리콘밸리의 간판이 바뀌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