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에 이어 법인에 대한 규제 입법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기존 법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고 세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다. 법인의 부동산 거래로 가격 상승을 이어온 지방 일부의 경우, 법인이 내놓는 주택 매물이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택 수요가 견고하지 못한 지방은 법인의 매도 물량으로 인한 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6.17 이어 7.10 역시 법인 겨냥한 ‘징벌적 과세’

정부는 6.17 대책에 이어 이번 7.10 대책에서도 법인에 대한 과세의 칼날을 뽑아 들었다. 법인으로 유입된 투기·탈세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목표다. 이미 국회가 5월 ‘부동산거래신고법령’ 개정으로 법인 거래의 자금조달계획 의무화를 추진한데 이어 6.17 대책에서 정부는 6억원 이하의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제를 폐지하고, 내년부터 법인 주택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단일세율로 최고 3%~6%까지 늘린다. 법인 소유 2주택 이하는 3%,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의 경우 6%의 세율이 붙는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거래세 역시 대폭 인상한다. 법인이 주택을 처분하는 경우 부담하던 법인세율 역시 양도차익에 대해 현재 10%~25%를 과세하고 있지만 내년 1월부터 향후 30%~최고 45%까지 세율을 부과한다. 이어 발표된 7.10 대책에서는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을 일반 3주택자 이상에 준한 12%로 급격히 인상했다.

법인사업자는 이외에도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와 양도소득 장기보유공제, 소규모 임대사업에 대한 소득세 분리과세 등의 혜택 적용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

올해 수도권 남부, 법인 아파트 매입 1400% 폭증

정부가 법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 강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와 올해 수도권 일대의 풍선효과 발생 지역에서 법인의 투기 수요가 급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출처=한국감정원, 이노코믹리뷰 우주성 기자

실제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통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군포시, 수원시, 용인시, 화성시에서 법인이 해당 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일부 지역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1400% 가량 거래량이 급증했다. 군포시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법인의 매매거래건수는 30건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에는 283건이 거래돼 거래량이 843%나 증가했다. 수원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법인이 매입한 아파트 건수가 105건에 그쳤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084건으로 932%나 늘었다. 용인시의 경우 지난해 97건에서 올해 동기간에는 743건으로, 화성시 역시 법인의 아파트 매입건수가 지난해 1월부터 5월 사이에는 71건을 기록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127건을 기록하며 1480% 가까이 거래량이 폭증했다.

▲ 거래주체별 수원시 아파트 매매 거래. 출처=한국감정원

실제 2.20 대책 등으로 이들 지역에서 법인의 매도 물량이 증가했다는 것도 정부가 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의 하나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군포시의 경우 올해 1월 개인이 법인 소유의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33건에 불과했지만 2.20 대책이 나온 2월에는 193건으로 늘었다. 수원시 역시 같은 기간 개인이 법인 소유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가 138건에서 4937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용인 역시 같은 기간 동아 9건에서 106건으로, 화성시도 699건에 1044건으로 법인의 아파트 매도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법인 투자 옮겨간 지방, 정부 철퇴에 ‘불똥’

2.20 대책으로 수원 등지에서 법인의 매도 물량이 늘어난 반면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난 지역인 청주나 충북, 충남 등의 경우 법인의 아파트 매입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법인 매입이 대책 영향으로 비규제 지역의 상승 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 거래주체별 청주시 아파트 매매 거래. 출처=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방사광가속기 등의 호재로 청주시에서 법인이 개인의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올해 1월 92건에서 5월에는 537건으로 대폭 늘었다. 개인 이외 법인 물량 의 아파트 등까지 매입한 법인의 전체 매입건수는 1310건으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청주 전체의 거래건수인 1만4575건의 8.98%에 가까운 수치다. 충북 역시 같은 기간 법인이 부동산을 매입한 전체 건수는 1678건으로 전체 충북 지역 거래 건수인 2만4건의 8.38%에 해당된다.

▲ 출처=한국감정원, 이노코믹리뷰 우주성 기자

문제는 법인이 매도량을 늘려도 해당 공급을 흡수하는 수요가 견고한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의 경우 규제를 피해 법인이 내놓은 매물 증가로 인한 타격이 한층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용인 등 수도권 남부와 충북 청주처럼 법인 거래가 증가한 지역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증가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법인 매물들이 이번에 나온 규제 등을 못 견디고 내년 초까지 대거 시장에 풀릴 경우, 해당 지역의 주택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진단했다.

여 연구원은 “다만 수도권은 이런 매도 물량 공급을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수요가 있겠지만, 지방에서 단계적으로 가격이 오른 지역의 경우, 매도 물량이 크게 늘어났을 때 어느 정도의 수요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가격 조정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