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제강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 출처=동국제강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2분기 실적 악화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나홀로 성장세를 사실상 예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요 부진에 대응한 선제적 사업재편과 초격차 전략, 공격적 마케팅 등이 이유로 꼽힌다. 다만 브라질 CSP 제철소와 높은 단기차입금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철강업계, 2분기 실적 먹구름인데… 동국제강 ‘기대감’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철강사들의 2분기 실적 전망은 전반적으로 밝지 못하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의 경우 연결 기준 22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년 동기 1조686억원과 비교할 경우 79.3% 감소한 수치다. 현대제철의 경우 영업손실 21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2326억원) 대비 109% 하락,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2분기 별도기준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해외 철강 자회사의 적자라는 변수가 있어서다. 만약 포스코가 2분기 별도기준 적자전환한다면 이는 포스코 역사상 첫 분기 적자다. 

철강 빅2의 실적 뒷걸음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절벽, 치솟는 원자재 가격 등이 이유로 꼽힌다.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건설·조선 등 주요 전방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철강업계를 덮쳤다. 일례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가장 큰 공급처인 완성차 공장 상당수가 셧다운에 돌입하면서 자동차 강판 수요는 대거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내수 시장에서 뾰족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국내 자동차 누계 생산량은 13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줄었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상승도 두 회사의 시름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톤당 철광석 가격은 104.27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6월 12일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4.59달러를 기록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언제 최고가가 경신돼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첩첩산중으로 3분기 철강업 분위기가 심상찮아 언제쯤 반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당초 철강업계에서는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는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인한 글로벌 경제 셧다운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3분기 시황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실제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제조업 시황 전망에 따르면 철강 경기실사지수(BSI)는 57를 기록해 전체 13개 업종 가운데 가장 낮았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철강사들의 올해 실적 개선 시기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동국제강의 경우 2분기 영업익 76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3.28% 줄어든 수준이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비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동국제강의 흑자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동국제강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884억원으로 예상했으며, 하이투자증권도 동국제강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9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큰 폭의 개선을 전망했다. 

▲ 동국제강 브라질 CSP 제철소. 출처=동국제강

선제적 사업재편·초격차 전략 효과… CSP 부담은 지속

동국제강의 이 같은 성장세는 수요 부진에 대응한 선제적 사업재편과 초격차 전략, 공격적 마케팅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동국제강은 2011년 이후부터 후판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컬러강판 사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왔다. 불확실성이 커 수익성 제고가 어려운 후판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 것이다. 2015년 8월에는 포항 후판 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 결과 동국제강의 매출(별도 기준) 중 컬러강판 비중은 2012년 11.5%에서 지난해 17.6%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컬러강판 시장에서 초(超)격차 전략을 구사해 시장 지배력도 확고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동국제강은 4년 만에 컬러강판 증설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부산공장에 내년 하반기까지 약 250억원을 투자해 연산 7만톤 규모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한다는 구상이다. 증설이 완료될 경우 동국제강 부산공장의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기존 8개 생산라인 76만톤에서 9개 라인 85만톤으로 확대된다. 경쟁사들이 1~4개 라인에서 최대 10만~40만톤 수준을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세계 최대 규모다.

다만, 동국제강에도 리스크는 있다. 브라질 CSP 제철소다. CSP는 동국제강이 브라질 철강사 발레, 포스코와 함께 합작투자한 제철소로, 동국제강이 총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가동 3년 만에 첫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던 CSP는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동국제강의 재무 리스크가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SP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계 당기순손실은 1조6000억원 이상이다. 이는 동국제강의 지분법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도 브라질 CSP가 순손실 1조310억원을 기록했고, 지분법 손실 1090억원이 반영되면서 동국제강의 세전이익은 –1197억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CSP를 살리기 위해 발레, 포스코와 함께 2021년까지 총 5억달러를 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30%에 해당하는 1억5000만달러를 3년간 분할해 투입해야 한다. 남은 증자 규모는 올 하반기 400억원, 2021년 260억원이다. 

증자 결정에 따라 CSP의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수익구조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추가적인 지원에 따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CSP가 생산하는 슬래브 출하량은 미국이 41.1%로 가장 많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 셧다운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투자 심리가 축소되면 철강 수요는 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총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단기차입금 비중도 커 우려된다. 1분기 말 기준 동국제강의 단기차입금은 2조463억원으로 총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을 경우 금리·경기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내년에는 작년에 발행한 사모 회사채의 만기까지 돌아온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3919억원에서 올 1분기 386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