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쓴지 반년이 지나간다. 이제 마스크를 쓰는 삶은 말 그대로 '일상'이 되어버렸으며, 마스크가 '배려'의 영역이 아닌 '규범'의 영역으로 넘어온 지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눈에 확 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우리는 나름의 질서를 부여했고 점차 적응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번영을 꿈꾸고 있다.

 

* 새로운 질서의 도래

이러한 ‘새로운 질서’는 위생과 안전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체육, 교육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부여되고 있다. 세상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 즉 '위드 코로나'에 적합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지금 현재 이 '위드 코로나'상황이 올해를 넘어 내년안에도 끝나지 않는다면 설사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위드 코로나'시대 동안 수립된 질서는 상당부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수립하고 있는 질서의 특징이 비대면을 실현하기 위한 초연결(Hyper-connected)이며, 인간의 근원적 욕구에 기본한 초편의(Hyper-convenient)이기에 극히 효율적으로 변화시킨 현실을 다시 되돌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 최대상거래업체 'Shopify'의 CEO 토비 뤼트케가 말했듯이 '2030년에나 올 세상이 2020년에 온 것'이다. 언젠가 올 세상이 미리 온 것이기에 이는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예전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우리는 지금 10년후의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고 봐야하며 지금 수립될 질서에 최선을 다해서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이자 최종적 의무라고 할 것이다. ​

 

* 우리의 일터는?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수립되고 있는 질서는 어떠한 것들인가? 이 짧은 칼럼안에 모든 분야를 언급할 수는 없다. 효율적이지도 않고 수박겉핥기일 뿐이다. 소중한 시간을 내서 이 칼럼을 읽고 있을 독자에게 그리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가장 시급하고 피부에 와닿을 얘기부터 하자. 우리의 일터에 관한 얘기다.

지금은 분명히 부인할 수 없는 위기다. 줄도산, 폐업, 고용위기 등등 온갖 자극적인 단어들이 신문지상을 뒤덮고 있다. 코로나사태 이후 고용불안을 느끼는 직장인이 전체의 76%라고 하니 지금 위기상황을 직장인들은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좀더 자세히 보자. 우리가 일하는데 있어 일차적 리스크는 코로나 확진에 따른 사업장 폐쇄일 것이다. 사업장을 폐쇄한 상황에서 사업이 계속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가 가장 먼저 우리의 골치를 아프게 한다. 이는 곧 당신이 만약 사무직이라면 원격근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고, 생산을 관리하는 직종이라면 공장 무인화와 자동화에 대한 검토가 한창이라는 뜻이다.

 

* Industrie 4.0과 Arbeit 4.0

다들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질리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향후 세계가 맞딱드릴 세상을 4차산업혁명이라고하여 세상이 격변하고 있음을 주창한 후 4차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다양한 예측과 많은 해석이 쏟아져 나왔었다. 4차 산업혁명을 정확히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만 해도 수 백 권의 서적이 쏟아져 나왔었고 필자도 4차산업혁명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해 결국 'O2O'산업으로만 이해했었던 기억이다. 헌데 4차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정립되는데 기초가 된 움직임이 2010년대 초반 독일에서 있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움직임을 이해하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수립될 새로운 질서에 대한 이해가 보다 쉬울 것이다.

독일이 제조업 강국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 것이다. 헌데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독일은 제조업에 있어 위기를 감지한다. 경쟁국의 기술개발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공세가 본격화됨에 따라 독일은 기존의 제조업 패러다임으로는 경쟁에서 이전과 같은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과학기술 육성정책인 '하이테크 전략 2020'을 통해 제조업 혁신정책을 발표하였고 2012년 구체적 액션플랜에서 ‘Industrie 4.0’을 제시한다. Industrie 4.0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리고 성공조건으로 기술혁신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잘 이끌어내는가에 달려있는 바, Industrie 4.0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바뀌게 될 새로운 노동환경을 Arbeit 4.0으로 규정하고 예상되는 몇가지 특징에 사전대응하도록 주문하게 된다.

 

* Arbeit 4.0시대의 일하는 법​

​​Arbeit 4.0에서 주장하는 새로워질 노동환경의 내용이 흥미롭다.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는 방향과 그 맥락이 상당부분 일치하며 그 고민의 내용이 유사하다. 내용을 보자면, 우선 Arbeit 4.0에서 노동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이다. 장소와 시간에서 보다 유연해질 것이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화된 도구들이 일자리에 도입되며, 그에 따라 인간은 노동숙련도에서 필연적으로 변화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첫번째, 유연한 노동은 현재 비대면 원격근무로 이미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주요 IT기업을 비롯하여 재계전반으로 꼭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일이 될 수 있게끔 클라우드 서비스와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프로세스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저맥락화가 정착되도록 추진중이다. 다음으로, 지능화 도구의 대표적인 예로 '로봇산업'을 들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생산과정 뿐만 아니라 서비스 업에 있어서도 지능형 로봇의 도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으로, 2020년 올해에만 1271억을 투입하여 1500대의 로봇을 보급하겠다는 구체적인 입장을 발표했고 로봇산업에서 글로벌 4대강국에 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먼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유연화, 자동화된 노동환경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바로 '숙련도'변화이다.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로봇과 함께 코워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전에 단순반복적 업무, 생산과정에서 위험도가 높은 업무를 로봇에게 물려주고 인간은 남은 시간에 보다 높은 가치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조건으로 평생학습이 필수적임을 제시한다.

2020년 5월 베인앤컴퍼니의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를 추진한 기업이 전체 84%에 달한다고 하였다. 회사는 살아남아야하기에 이러한 모습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코로나19바이러스 앞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바이러스만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한다. 다음 호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서 경제주체, 근로주체로서 인간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 지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