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녁 약속 후에 귀가하는데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지하철 한 정거장 전이나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 집을 걸어오는 일입니다.

계속 완만하게 오르막이 있는 전역에서의 귀가길 보다는,

가파르게 오르막이었다가 서서히 내려가는 지나친 역 코스를 주로 택하고 있습니다.

그 코스를 택하고 가끔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더운 날 배부른 상태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힘들게 걷게 될 때 더 그렇습니다.

길이 처음에 내리막이었다가 나중에 올라가는 길이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지요.

이건 음식 먹을 때 맛있는 걸 먼저 먹을까 아님 나중에 먹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고 무게감이 있어 보입니다.

어느 길을 갈 때 오르막과 내리막 길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택해서 걸을 수 있다면,

어느 길을 먼저 선택하는 편인가요?

그렇게 투덜거리며 귀가하는 길에

자연스럽게 아주 오래전 어느 언론인이 썼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티벳의 고원 지대에서 산양의 경매 시장 모습을 묘사한 글로 기억됩니다.

높은 산정 지대에 경매시장이 서는데, 산양을 풀어놓고 그 값을 따지게 됩니다.

아래로 내려가며 풀을 뜯는 부류와 위로 올라가며 풀을 뜯는 양들로 나누어 진다네요.

그때 위로 올라가며 풀을 뜯는 산양이 내려가며 풀을 뜯는 양들에 비해

더 높은 값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내려가는 길을 택한 산양들은 거친 특성, 즉 야성이 부족해

앞으로 그네들이 닥칠 거친 환경에서 올라가는 양들에 비해

생존력이 떨어질 거라고 평가한다는 거죠.

동의되시나요?

당장 쉬운 선택을 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다분히 인간적(?)인 느낌으로 판단하는 것 같지요?

오랫동안 그리 판단해온 현지 분들의 지혜와는 별개로

나도 정서적으로 그런 기준이 이해되었습니다.

내 자신도 현재 공교롭게 값이 더 나가는 산양처럼

오르막이었다가, 집을 향해 내려가는 길을 택하곤 합니다.

바라기는 앞으로 길게 펼쳐지는 인생길도

값 비싼 산양이 택하는 길,

그러니까 당장은 어려워 보이는 길을 선택하여

오르막이 더 있어도 내려갈 길을 생각하며 더 힘을 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