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를 주축으로 하는 K-웹툰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강타하며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K-웹툰의 새로운 지평을 노리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도 타진되는 분위기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더욱 입체적인 로드맵을 펼쳐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 신의 탑. 출처=네이버 웹툰

지난해 수출 1조원, K-웹툰의 기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만화 분야 수출액이 전년은 4598만달러를 기록했으며, 국내 웹툰 수출액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콘텐츠 전략이 눈부시게 가동되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 웹툰은 2017년 5월 네이버의 자회사로 독립한 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고무적이다. 미국 MZ 세대를 사로잡으며 지난해 11월 북미 지역 월간 사용자 수(MAU) 1000만을 돌파했고, 라인웹툰의 스페인어 및 프랑스어 버전도 출시된 상태다.

지난 5월 네이버 웹툰은 글로벌 시장 동략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웹툰 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t Inc.)가 라인 주식회사(Line Corporation)가 보유하고 있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라인 주식회사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네이버웹툰', 미국 '웹툰 엔터테인먼트', 일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를 미국 법인 아래에 배치해 글로벌 웹툰 전략을 펼친다는 각오다. 네이버는 "웹툰은 한국이 만들어 낸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로서 지난 십수년 간 국내 대중문화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독자적인 산업 영역으로 성장했다"면서 "웹툰 미국 법인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외 웹툰 IP의 활성화 및 글로벌 웹툰 시장 저변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북미 현지에 아마추어 창작 공간 ‘캔버스(Canvas)’도 구축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첨병으로 현지 반응이 좋은 북미 지역을 낙점하고 국내와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시장에서 네이버의 웹툰은 이미 최강자다. 물론 네이버 웹툰 차원의 진출이 아닌 라인을 앞세운 라인 망가의 성과지만, 콘텐츠 왕국 일본을 매료시킨 라인 망가의 존재감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지난 6월 기준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라인 망가의 점유율은 38%에 달한다.

카카오도 K-웹툰의 성공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다.

카카오의 일본 내 웹툰 관련 자회사인 카카오재팬(픽코마)은 라인 망가의 독주를 막아서며 K-웹툰의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라인 망가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출시 4주년을 맞은 픽코마는 2017년 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14배로 늘어났고 2018년 156% , 2019년은 130%(2.3배) 증가하여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8년 말 인도네시아 네오바자르를 인수한 카카오페이지도 있다. 나아가 카카오페이지는 중국과의 연대도 강화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네이버 웹툰의 유럽 시장 진출. 출처=네이버

빛과 그림자
코로나19를 맞아 비대면 트렌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디지털 경제 전반에 관심이 커지는 한편, 콘텐츠 사업 전반에 대한 업계의 집중도도 크게 올라간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축이 된 웹툰 비즈니스의 글로벌 전략은 그 자체로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북미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심인 북미 지역에서 웹툰으로 의미있는 성장을 거뒀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글로벌 디지털 비즈니스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서 라인 망가를 내세우며 오랫동안 웹툰 시장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출판 만화 중심의 일본에서 현지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탄한 기초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라인 망가의 경우 픽코마의 기세에 조금씩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본 웹툰 시장에서 라인 망가와 픽코마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중"이라면서 "4년 전 픽코마가 출시될 당시 라인망가와 픽코마의 존재감은 '넘사벽'이었지만 지금은 간격이 많이 좁혀졌다. 올해 말이 되면 픽코마가 라인 망가를 너끈히 누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일본은 인구가 1억명이 넘어 상당한 수준의 내수시장을 가진데다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웹툰 플랫폼 사이에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땅'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픽코마의 기세에 눌리는 네이버의 라인 망가 입장에서는 초조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네이버 웹툰의 존재감은 탄탄하지만, 국지전에서 일시적으로 밀리는 점은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웹툰 중심이 북미 지역으로 사실상 이동하며, 네이버의 지나친 '탈한국' 현상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물론 네이버 웹툰은 국내 법인을 두뇌로 설명하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하고 있으나, 최근 네이버가 정부의 과도한 규제 및 기울어진 운동장과 관련된 논란으로 '탈한국'에 나서고 있다는 프레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이러한 전략은 당연한 선택이자 비즈니스 전략이지만, 자칫 정치적 공격을 당할 여지도 있다.

한편 카카오 웹툰의 경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웹툰 사업의 합산 가치는 10조원대로 평가된다.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의 상장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거나 혹은 물 밑에서 빠르게 전개되는 가운데 네이버 웹툰처럼 이채로운 IP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 다음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출처=갈무리

다만 인도네시아 네오바자르를 인수한 카카오페이지의 최근 현지 존재감이 예전같이 않다는 말이 나온다. 야심차게 네오바자르를 인수하고 '약속의 땅' 인도네시아에 웹툰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SNS 측면에서의 패스 모바일 인수에 이어 네오바자르 인수를 통한 현지 콘텐츠 사업 강화에서 제동이 걸린다면,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이 나올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순항하고 있는 픽코마도 야심차게 등장시킨 픽코마TV가 사실상 좌초되는 등 '힘든 실험'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픽코마의 현지 존재감이 워낙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으로 위기를 극복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