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OTT 시장의 판이 출렁이고 있다. 최강자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아직은 단단한 가운데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선명한 전략을 보여주며 힘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도 애플TV 플러스를 런칭하는 한편 중국 텐센트도 인도네이사의 아이플릭스(IFLIX)를 인수했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각 사업자들의 'OTT 활용법'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정체성과 각 플레이어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OTT 활용법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쿠팡이 싱가포르의 OTT 훅(hooq)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자산 인수 계약을 체결했으며 정확한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훅은 2015년 싱가포르 현지 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과 소니픽처스, 워너브라더스가 세운 OTT 서비스지만 지난 3월 파산신청을 하며 4월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쿠팡이 훅을 전격 인수한 배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로드맵을 벤치마킹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최강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은 강력한 ICT 플랫폼으로 무장한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별도 OTT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기존 이커머스 서비스는 물론 동영상 콘텐츠를 번들 형식으로 묶어 판매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쿠팡도 아마존과 동일한 이커머스 사업자로 활동하며 훅 인수를 통해 OTT 가능성을 타진하는 '복합전략'을 추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입장에서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 검색 인프라와 부가 콘텐츠 사업이 시급했다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쿠팡의 훅 인수가 신의 한 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지털 비대면 트렌드가 강해지는 것도 쿠팡의 훅 인수를 가능하게 만든 동력으로 풀이된다.

아마존과 쿠팡 모두 이커머스 기반 사업자로 활동하며 OTT 콘텐츠를 일종의 생태계 락인과 확장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전개하는 가운데, 다른 사업자의 OTT 활용법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스스로를 정의하며 플랫폼에서 기반한 테크 기업이 아닌, 콘텐츠를 중심에 둔 회사라고 강조하는 중이다. OTT 방식이 단방향 스트리밍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양방향 생태계 전략이 가능한 플랫폼 회사가 될 수 없다는 논리며, 결국 콘텐츠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는 것은 사실이고 양방행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아니지만, 넷플릭스를 순수하게 콘텐츠 회사라고 칭하기는 무리가 있다. 아직은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외부에서 수급받는 콘텐츠의 숫자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넷플릭스는 핵심에 콘텐츠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으나, 콘텐츠의 단방향 플랫폼 속성에 더욱 집중하는 회사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을 모바일로 끌고와 단숨에 '시장의 트렌드를 바꾼 메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반면 디즈니 플러스의 디즈니는 전통적인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한 플레이어다. 오랫동안 콘텐츠 강자로 군림하며 스스로가 창조한 시장에서 최강자의 지위를 누렸으나,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넷플릭스와 같은 메기가 등장하자 기민하게 움직여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디즈니는 밥 아이거 전임 CEO 시절 마블과 픽사를 연이어 인수한 후 최근에는 21세기 폭스까지 품에 안았다. 이를 바탕으로 '메기' 넷플릭스가 창조한 새로운 판에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로 진입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중이다. 3개월만에 무려 2600만 가입자를 쓸어모은 디즈니 플러스는 전통적인 영화 산업의 큰 형님이자, 넷플릭스가 창조한 새로운 시장에 기꺼이 뛰어든 콘텐츠+플랫폼의 강자다.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활용하는 전략의 큰 방향성도 여기에 있다 볼 수 있다.

애플의 애플TV 플러스와 아이플릭스를 인수한 텐센트는 ICT 플랫폼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탑재하며 자체 생태계 강화에 나서는 것처럼, 애플과 텐센트와 같은 ICT 기업들도 OTT 활용을 통해 생태계 락인 및 확장에 더욱 집중한다. OTT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OTT가 가진 확장성을 자사의 플랫폼에 연결하는 것을 원한다.

▲ 사진=임형택 기자

우리의 OTT 활용법은?
국내서도 지상파 3사와 SK브로드밴드가 만나 웨이브가 활동하고 있으며, 조만간 JTBC와 CJ ENM의 티빙도 본격적인 존재감을 보일 전망이다. 전통의 왓챠도 꾸준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들의 OTT 활용법은 어떨까. 대부분 콘텐츠의 '슬기로운 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즉 콘텐츠의 중심을 두고 움직이며 플랫폼에 대한 큰 고민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간혹 제기되는 플랫폼의 조악한 UI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러한 전략은 넷플릭스의 로드맵과 동일하다 볼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통 영화 사업자나 ICT 플랫폼을 보유한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이 OTT를 운영하며 보여주는 다채로운 전략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OTT는 곧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를 뜻하며, 콘텐츠가 곧 플랫폼의 운명을 결정짓고 확장성에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다양하고 '슬기로운 이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