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출처=롯데지주.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행동에 변화가 일고 있다. 신 회장은 이미 수직적 문화를 없애기 위해 본인만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구체적으로 엿보이고 있다. '2020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을 앞두고 전례없는 위기에 마주한 그룹내 각 계열사 대표들을 향한 무언의 메시지가 내포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14일 하반기 VCM를 진행한다. 롯데는 매년 상하반기 2회씩 유통, 식품, 화학, 호텔&서비스 BU별 계열사 대표 등 롯데 고위 임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사업부문별 회의를 진행해왔다. 상반기 VCM은 그룹의 새해 목표와 성장 전략을, 하반기 VCM은 사업군별 현안과 중장기 전략을 각각 공유하는 자리다.

특히, 과거 5일씩 개최하던 것과 달리 올해 하반기VCM은 상반기VCM과 같이 단 하루만 진행한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가 있는 서울 잠실롯데타워에서 참석하는 가운데 롯데 고위 임직원들은 소공점과 잠실 등지에 나눠 모여 화상으로 온라인 회의에 참석한다.

D-2 하반기 사장단 회의, 일하는 방식부터 뜯어 고쳐라

이는 통상 그룹이 추진해왔던 VCM 방식에서 완전히 달라진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과거 그룹은 각 BU별로 각 계열사들을 잠실롯데타워에 총 집결시켜 5일간 VCM을 진행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기존 5일을 1일로 바꿨고, 하반기에도 '1일 회의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화상 회의'란 방식을 도입, '과거로부터의 탈피'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신 회장은 한층 앞장서 변화를 주도하는 중이다. 최근 그룹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인 주간회의에서 껌을 씹으며 회의를 주재하는가 하면 자율 복장제도와 재택근무 등으로 보수적 경영방식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멀티오피스`와 `1+1 근무제`도 도입하도록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신 회장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관측된다. 평소 신 회장은 임직원과 회의할때마다 예의를 갖추고 배려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또 실무진이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전하도록 예의에서 한층 높여 경어를 더 취하고, 부드럽고 편하게 해주기 위해 경청하는 모습을 취해 왔다.

하지만, 이번 패턴은 과거의 수평적 문화를 넘어선 '막역한(?)' 조직을 추구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이 일하는 방식 변화를 주문한 만큼 직접 나서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라진 행동 패턴으로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모두를 혁신함으로써 각 계열사 사장들이 신속히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무언의 메시지'인 셈이다. 핵심은 위기 탈출을 위한 철저한 변화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장 법칙과 게임 룰이 자리 잡을 것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VCM 막바지 준비에 나서는 각 계열사 대표들의 긴장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고 코로나19 등 어려워진 내외부 환경 영향에 어느 때보다 강력한 주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 회장은 이미 행동 변화를 실천하고 있고, 일본 귀국 직후 최근 잦은 현장 점검으로 하반기 VCM 때 주문할 일련의 사전 작업도 마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모든 임직원이 기업 고유의 가치관을 공감하고, 각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최고 결과를 이끌어내자는 '위닝스피릿'와 '코로나19 전과 후' 사내용 도서를 발행하는 등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탈출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갖는 분위기"라며 "그 중심에 선 신동빈 회장이 스스로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하반기 경영 구심점이 될 VCM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