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LG그룹 구광모 회장. 출처= LG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가 기업계에 미친 악영향은 기업 규모나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대기업도 어려웠고 중소기업도, 소상공인도 어려웠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 경제 주체들에게는 치열한 경쟁보다는 생존을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주요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연대(連帶)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연대함으로 취할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하는 것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기업 간 연대는 ‘4자간 배터리 동맹’이다. 차세대 친환경 연료 자동차를 제조하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각 차량들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제조하는 삼성전자·SK· LG가 상호간 긴밀한 관계를 맺기로 한 것은 재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삼성SDI)와 LG(LG화학), SK(SK이노베이션)은 점유율 1%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매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의 4자간 동맹으로 그간의 경쟁은 잠시 보류됐다.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 SK 최태원 회장을 5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차례로 만나 차량용 배터리 개발과 공급 관련 상호 간의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전통의 앙숙’으로 불릴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삼성과 현대차의 총수들이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대위기를 마주한 상황에서 국내 재계순위 1위부터 4위의 기업들이 그간의 경쟁은 잠시 뒤로해두고, 의기투합한 사상 유례가 드문 이 연대에는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의미가 부여됐다. 

▲ 국내 철강업계 경쟁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코로나19로 위기를 마주한 국내 중소 철강기업들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했다. 출처= 각 사

이와 비슷한 맥락의 기업 간 연대는 또 있었다. 국내 철강업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은 지난달 17일 국내 중소 철강업체를 돕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철강 상생협력펀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714억원, 286억원을 출자해서 마련됐다. 이 펀드의 기금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국내 철강 중소기업들의 경영안정과 고용유지 비용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이는 국내 철강 산업을 이끄는 두 경쟁 기업들이 위기를 맞은 업계의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연대로 여겨졌다.

코로나 정국에서 이뤄진 기업의 연대는 다른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들이 국내의 중소기업 협력사들과 함께하는 ‘상생의 연대’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테스, 원익IPS, 유진테크 등 국내 주요 중소 협력사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자사 주력제품에 필요한 설비와 부품들을 중소기업들과 공동으로 개발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중소 설비·부품사들에게 제조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의 컨설팅도 지원함으로 상생을 도모한다.  

그런가하면, LG화학은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마련했다. 한화는 신한은행과 추가로 상생펀드 협약을 체결함으로 우리은행·산업은행·신한은행 등 3개 금융기관에서 51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마련했다. 이 펀드의 기금은 협력사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함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데 활용된다. 협력사에 대한 한화 상생펀드의 지원 금리는 1.14%이며 각 은행과 개별 업체들의 거래 실적이 반영되면 금리는 추가로 인하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연대에는 치열한 경쟁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고 시장을 독식하는 것에 열을 올리는 기업 운영방식을 탈피하는 관점이 반영돼 있다. 코로나19는 각 기업들이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서로를 중요한 ‘고객’으로 여기는 연대를 강화하도록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