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이른바 '적자 늪'으로 여겨지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현재 10여개에 달하는 자회사형 GA 대부분이 손해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지만, 보험사들은 급감하고 있는 전속 설계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자회사형 GA에 뛰어들고 있다.

GA는 다른 회사의 상품도 취급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설계사들의 유입이 활발하다. 이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GA를 견제하기 위해 당장의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자회사형 GA 설립에 보험사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이 지난 9일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신한생명이 100% 출자한 자회사형 GA로 내달 영업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NH농협생명도 지주사 차원에서 자회사형 GA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A 설립을 검토했었던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 자회사형 GA 설립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화생명은 최근 대형 GA 피플라이프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의 자회사형 GA는 지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생명(삼성생명금융서비스), 한화생명(한화금융에셋·한화라이프에셋), 메트라이프생명(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라이나생명(라이나금융서비스), ABL생명(ABA금융서비스), 미래에셋생명(미레에셋금융서비스), 삼성화재(삼성화재금융서비스), DB손해보험(DBMnS·DB금융서비스), AIG손해보험(AIG어드바이저) 등 총 12개의 자회사형 GA가 현재 생명·손해보험사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회사형 GA는 지지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50억4838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화라이프에셋과 ABA금융서비스는 각각 27억7100만원, 37억3107만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1.8% 감소했다.

손보사들의 자회사형 GA 역시 순탄치 않다. 지난해 삼성화재금융서비스는 47억3600만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같은 기간 DBMnS는 20억407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양한 상품 취급 가능...설계사를 잡아라

이처럼 지지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는 자회사형 GA에 보험사들이 줄줄이 뛰어들고 있는 것은 전속 설계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지난해 생보사 전속 설계사 수는 9만1927명으로 2016년 11만3559명 대비 약 2만명 가까이 줄었다. 반면 GA 소속 설계사는 지속 증가하면서 지난 2015년 말(20만4000명)부터 전속설계사 수(20만3000명)를 넘어섰다.

GA는 여러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한 금융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대리점으로서 보험업계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GA는 원수사와 달리 자사 상품뿐만 아니라 타사 상품까지 취급할 수 있어 설계사와 고객의 선호 모두 높다는 평가다.

사실상 자회사형 GA는 이름만 GA일뿐 대부분이 동일 업권에선 자회사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실정이다. 가령 생명보험사 자회사형 GA의 경우 손보사 상품은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지만 생보사 상품은 자사 상품 위주로 판매한다. 이 같은 제한이 있음에도 자회사형 GA는 원수사 보다 여러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계사들의 이탈을 막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자회사형 GA의 설계사 정착률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 금융서비스, 메트라이프 금융서비스, 삼성화재금융서비스, DB MnS, AIG어드바이저 등 자회사형 GA 5곳의 평균 13개월 차 설계사 정착률은 57.83%로 전년 50.54% 대비 7.29%포인트 증가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GA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 역시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 설립에 열을 올리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GA의 신계약 건수는 1461만건으로 전년(1278만건) 보다 14.3%(183만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대형 GA의 수수료 수입도 7조4302억원으로 전년(6조1537억원) 대비 20.8%(1조2788억원) 올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 설립으로 당장의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GA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채널을 선점하고 전속 설계사 의 이탈을 막으려는 게 자회사형 GA 설립의 주요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