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자동차의 쿠페형 준중형 SUV XM3.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칠레에 준중형급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영업용 차량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현재 전세계에서 유일한 XM3 생산 지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세를 몰아 르노삼성차는 글로벌 본사로부터 XM3 수출 물량을 최종 배정받기 위한 점수를 따는데 공들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오는 25일부터 연말까지 XM3 총 140대를 칠레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칠레에 수출된 XM3 차량은 현지 판매 대리점에 전시되거나 고객 시승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XM3를 글로벌 출시하려는 르노 그룹의 의중이 담긴 행보다. 프랑스를 본거지로 둔 르노그룹은 앞서 올해 초 한국에서 개발·양산 및 출시한 XM3를 추후 해외 지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르노그룹은 러시아에서 XM3와 유사한 디자인와 차급을 갖춘 모델 아르카나(ARKANA)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를 현지용으로만 한정적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르노 그룹은 연말께 XM3 전세계로 수출할 사업장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도 수출 물량 생산 후보지역으로 꼽힌다. 부산공장은 현재 스페인 바야돌리드(Valladolid) 공장 등 르노 그룹 내 유력 생산 사업장과 수출 물량을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이번 칠레 수출 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기업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본사 선택을 받아 XM3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에 도움될 만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앞서 북미를 비롯한 해외 지역에 수출해오던 차량 닛산 로그의 생산 일정이 만료됨에 따라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작년 수출 대수 9만591대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본사로부터 수출 물량을 배정받고 생산·판매해오던 닛산 로그가 세대 교체를 앞두고 해외 시장에서 갈수록 적게 팔리는 등 요인으로 전년(13만7208대) 대비 34.0% 감소했다. 같은 해 말 닛산 로그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 르노삼성차의 지난 상반기 수출 실적은 1만2424대로 전년 동기(4만9338대) 대비 74.8%나 감소했다.

르노삼성차는 좁은 시장인 한국에서 창출한 수익만으로 기업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XM3의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 침체 현상도 XM3 수출 물량에 대한 르노삼성차 의존도를 높이는 요소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을 앞두고 노사 갈등이 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본사 눈에 들기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노사 갈등은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6일 국산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2020년 임단협의 상견례를 실시했다. 다만 노조가 기본급 7만1687만원(4.69%) 인상, 코로나19 극복 명목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 내용을 담은 교섭안을 마련했고 이에 사측이 고심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코로나19로 지난 상반기 실적을 개선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온 가운데, 조합원 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은 금전적으로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수출 물량 배정의 관건인 생산 타당성을 강화할 방안을 지속 강구하고 있다.

이해진 르노삼성차 제조본부장은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의 차세대 수출 주력 모델로 XM3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며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XM3가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