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올해 상반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건설사들의 체감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는 공공건설 수주가 늘어난 영향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주된 먹거리인 민간건설  수주는 위축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민간주택 시장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론 코로나의 충격이 가해지는 가운데, 올해 2분기 실적은 대형 가운데서도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기업 체감경기 회복···공공부문 몰려 지역업체 숨통, 대형 비중은 '글쎄'

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달보다 14.6p 상승한 79.4를 기록했다. CBSI는 건설사가 체감하는 건설경기 지표로, 100을 기준선으로 지수가 이를 밑돌면 현재 시점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다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4개월 동안 CBSI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60선 안팎을 오갔다. 특히 지난 3월 지수는 59.5를 나타냈는데, 이는 7년 1개월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4월과 5월에도 각각 60.6과 64.8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한계점은 명확하다. 

올 상반기 민간이 아닌 공공 건설수주가 건설 경기를 끌어올리면서 지역 업체들은 숨통을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의 먹거리로 비중을 두기엔 어렵다는 진단이다. 

국내 전체 공공 건설수주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조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총 52조원 규모의 발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조달청은 3000~5000억원 수준의 대형 공사는 총 12건에 불과하고, LH의 경우 2200억원이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김영덕 건산연 연구본부장은 “공공건설 발주가 늘어나면서 건설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지역의무공동도급(지역업체 40% 할당) 제도 등으로 인해 공공수주라는 것이 지역의 중소업체들한테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해, 일부는 일이 남아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업체는 공공수주엔 크게 의존하지 않으며 전체 매출의 30% 이내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민간 부문과 해외 부문으로, 그 중에서도 민간 부문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전체 시장에서 민간건설의 비중은 6대 4 정도로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이 아무리 늘어나도 한계가 있어, 장기적으론 긍정적으로 풀이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향방 걸린 민간 수주 6년래 최저···주택 미래는 대형 아파트 브랜드? 

결국 건설경기의 향방은 민간 건설 수주에 달린 셈이다. 현재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은 호황을 맞이했지만, 하반기 수주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의 오름폭이 아파트의 시세의 상승률보다 적어 청약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1분기 청약경쟁률은 지난해보다 두배 남짓 높은 29.81대 1을 기록했다. 규제 풍선효과로 인해 지방에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좋아 최근 아파트 분양 물량은 나오면 소진되는 식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대형 건설사의 주력 사업인 민간건설 수주는 하반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건산연에 따르면 민간 건설수주액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 5.4% 규모를 줄이며 50조7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감소폭을 키워 18.6% 내려앉은 52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라면 2014년(66조7000억원) 이후 6년래 가장 부진한 실적으로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이달 정부는 아파트 공급물량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갑작스러운 코로나 충격으로 단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시장 점유율 확대가 대형건설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올해 상장 대형건설회사의 주택시장 점유율은 29.5%에 불과해 과점이 진행된 다른 내수산업과 비교하여 낮은 수준으로, 성장 여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 대형 건설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기 시작했다”면서 “(다만) 이는 장기적인 흐름에서 전망한 것으로, 단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연구원은 민간 주택사업 과점화가 진행되면서 오는 2024년에는 점유율이 41%로 증가하고, 같은해까지 영업이익도 연평균 9%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요즘들어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긴 한다. 건설사 이름이 있으니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 아파트 내에서도 격차가 있어, 수주 실적이 남다른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넘은 건설사 2분기 예상 실적···해외 버티고, 주택 강화

건설경기가 쉽사리 풀리지 않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2분기 성적 발표를 몇달 내로 앞둔 실정이다. 올해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수주 시장에선 대형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 있었지만, 코로나 충격이 닥친 가운데 유가가 급락하면서 다수의 프로젝트 발주 일정이 연기됐다. 이 연구원은 "유가의 경우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형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주택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곳들은 1분기보다 개선된 실적이 예상된다. 다만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애프앤가이드가 잠정 집계한 수치보다 하향된 가운데, 몇몇 건설사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2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전분기보다 6% 증가한 4조3178억원, 영업이익은 29% 늘어난 2134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전년 동기보단 -7%, -12% 감소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지만, 이번 분기 국내 주택사업 분얄물량이 1만가구로 늘어난 가운데 한남3구역에선 3조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GS건설의 이번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전분기대비 6% 증가한 2조5918억원, 8% 증가한 1851억원이다. 다만 이는 전년 동기보단 0.6% 증가, -10% 하락한 수치다. GS건설은 해외 건설수주 부진의 영향이 제한적인 가운데, 2분기 국내 분양 물량은 전분기보다 6배 많은 1만3137가구로 하반기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부 건설사들은 이번 분기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와 전년 동기대비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대림산업의 같은 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지난 분기보다 4% 증가, -12% 감소한 2조6241억원, 2546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6% 증가, -14% 감소한 수치로, 지난해 견조했던 실적과 낙차가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해외현장의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1회성 이익 480억원이 더해져 있어 분기 성장은 어렵지만, 주택 매출의 견조한 성장과 유화사업부문의 실적 개선에 따른 회복을  감안할 때 별도 기준으로 호실적 지고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분기 대림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6241억원, 2546억원이다. 

대우건설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7% 증가한 2조1410억원.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1067원으로 추정된다고 애프앤가이드는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단 각각 -4%, -14% 감소한 수치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번 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9072억원, 943억원으로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택 실적이 개선되었지만, 해외 영향이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현장들 매출 반영이 더뎌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추정이다.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일시적 원가율 상승을 감안해" 이같이 추정한다면서, 다만 "지난해 2만 세대, 올해 상반기 누계 기준 1만4000 세대를 분양하면서 주택 실적 턴어라운드의 내실이 다져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