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이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 균주 출처에 대한 논란이 미국에서 일단락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경쟁의 결과물이며 이를 미국 시장에서 배척하기 위해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메디톡스 측은 ITC행정판사의 예비판결 주요 내용으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은 보호돼야 하는 영업 비밀이며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각각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되는 상업적 이익을 갖고 있고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음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예비판결에 대해 ‘명백한 오판’이라면서 이의 절차에 착수할 방침을 세웠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예비결정은 행정판사 스스로도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균주 절취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명백히 밝혔다”고 역설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이고 있는 소송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미국과 한국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그동안 나온 소식은 대개 대웅제약 측에 유리한 부분이었다. 이번 ITC 예비판결은 대웅제약에겐 큰 타격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국산 보툴리눔 톡신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 미국 시장이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인 2조원을 차지한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에 따르면 나보타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후 매출 28억원을 시작으로 분기마다 약 153억원이 팔렸다. 미국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 시장점유율은 3위였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미국 진출은 오히려 ITC 제소 요건이 갖춰지는 기회로 작용했다. 메디톡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균주 논란 사안을 급진전시켰다. 문제는 소송 비용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매출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소송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메디톡스도 마찬가지다. 대웅제약은 약 400억원에 이르는 소송비를 지불했다. 메디톡스의 소송비는 300억원 규모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공장을 구축, 유통망 확보 등 역량을 집중해 출시한 메디톡신과 나보타라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이 흥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건 두 기업의 법정대리인들이다. ITC 예비판결이 나온 후 글로벌 로펌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상 승소한 성과를 홍보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두 기업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소송전 이후 제약바이오 업계 원로들이 두 기업을 중재하고자 했지만 두 기업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ITC 예비판결까지 나온 지금이, 어찌보면 두 기업이 합리적인 방안의 합의를 고려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