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진 롯데손해보험 대표(좌),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출처=각 사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지난해 상반기 사모펀드(PEF)에 매각된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가 혁신경영 삼매경에 빠졌다. 이른바 '젊은 피'로 무장한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각 수장들은 수평적인 선진 기업문화를 통한 업무효율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품을 떠난 롯데손보와 롯데카드가 보수적인 금융권의 이미지도 함께 벗어 던지며 업황 악화 속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가 지난해 대주주 변경 이후 '기업문화 17개 혁신과제'를 선정, 근무환경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롯데손보 혁신과제의 주요 골자는 ▲업무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근무환경 개선 ▲회사 비전·전략 방향에 대한 임직원 공감대 확대 등이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최원진 롯데손보 대표는 지난 6일 ‘CEO LIVE 방송’을 진행하며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CEO LIVE 방송’은 CEO와 전 임직원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양방향 라이브 프로그램이다. 최 대표는 이날 실시간 댓글을 중심으로 ▲사회생활 팁 ▲조직문화 혁신 요청 ▲사무실 인테리어 개선 등의 질의에 답변하며 임직원들과의 자유로운 소통 분위기를 연출했다.

롯데손보 임직원들은 최근 청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게 됐다. 롯데손보는 지난달 18일부터 ‘Everyday FIT DAY’를 시행하며, 복장 자율화에 나섰다. ‘Everyday FIT DAY’는 일할 때 가장 편한 복장을 T.P.O(Time 시간, Place 장소, Occasion 상황)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착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복장 자율화는 주니어 직원의 제안에 따라 시행되면서 수평적 기업문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금융계열사였던 롯데카드 역시 대대적인 근무환경 개선에 돌입했다. 롯데카드가 최근 광화문으로 이전한 신사옥의 인테리어는 수평적 기업문화와 탄력적인 조직문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신사옥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모듈형 테이블', '스탠딩 테이블' 등을 설치했으며, 팀장과 팀원과의 자리 구분도 없앴다.

신사옥에는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인 ‘워킹 라운지(Working Lounge)’도 있다. 워킹 라운지에는 카페, 다락방, 디지털룸, 차고지, 오락실, 극장, 도서관 등이 형성돼 있다. 신사옥에는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폰룸'은 물론 '수면 캡슐'도 설치 돼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또 다른 공간도 있다. 그 대표적 공간 중 하나인 ‘미디어 월’은 직원들이 직접 시그널을 송출 할 수 있도록 구현한 방이다. 이 같은 신사옥의 내부 설계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직접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 롯데카드 광화문 신사옥에 설치 된 수면 캡슐. 출처=롯데카드
▲ 롯데카드 광화문 신사옥의 워킹 라운지. 출처=롯데카드

롯데카드는 브랜드 개편도 단행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1일 고객 중심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신규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개했다. 신규 BI 'LOCA'는 스페인어 ‘라 비다 로카(La Vida Loca, 미친 듯이 행복한 삶)’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맞춰 회사의 명함도 '초창기 신용카드'를 모티브로 새롭게 바꿨다. 기존 명함에서 중요시 했던 정보 전달이나 가독성 보다 회사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더 강조한다는 차원에서다.

업황 악화 속 ‘승승장구’

앞서 롯데그룹의 품을 떠나는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에 각각 매각된 롯데손보와 롯데카드가 더 이상 모회사 격인 롯데그룹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사모펀드 매각으로 롯데 고유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업무효율화에 중점을 둔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이들 회사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386억2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5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의 순익은 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68.5% 증가했다. 1분기 손보사의 순익은 전년보다 4.3% 줄었으며, 카드사는 14.2%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이번 실적은 괄목할만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실적은 젊은 CEO들의 과감한 혁신경영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최원진 롯데손보 대표는 1973년생으로 보험업계 현 CEO들 중 가장 어리다. 1967년생인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역시 카드업계 현 CEO들 중 제일 젊다. 이처럼 젊은 피로 무장한 새로운 CEO들이 보수적인 금융권 문화를 탈피하며 효율성을 내세운 과감한 전략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최근 근무환경이 유연하고 밝아진 느낌이다. 대표님 스타일 역시 딱딱하지 않아 직원들과의 의사소통도 활발하다. 일각에서는 대주주가 바뀌면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현재 전반적인 사내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