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분기 동안 외국인들이 5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팔았는데, 그 중 3분의 1이 중국 자본으로 추정된다.     출처= CNBC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일이 잘 되지 않으면 그 일을 중단하게 마련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 2분기 동안 외국인들이 5000억 달러(600조원) 이상의 미국 국채를 팔았는데, 그 중 3분의 1이 중국 자본이라며 그 추세가 주목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무혈 진입한 2001년 이후, 중국 자본은 미국 통화 가치를 높이고 미국 채권 수익률을 억제하는 데 막후 역할을 해왔다.

총저축과 신용으로 정의되는 140조 달러의 세계 유동성 풀(pool)에서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년 동안 6%에서 25%로 급증했다. 중국은 달러화로 물품 대금을 청구하고, 미국 달러에 투자하며, 달러 부족에 허덕이는 나라들이 경기에 부응하며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시기 적절하게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지난 2015-2016년에 시진핑 주석이 추진한 이른 바 반부패 운동으로 중국 자본이 대규모 유출되었고, 이는 달러화 폭등과 미국 국채 수익률의 붕괴를 초래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 통화가 30% 가까이 오른 것과 미국 채권 수익률 하락 원인의 4분의 3이 중국 영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본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자본의 이탈로 앞으로 미국 달러가 가치가 4분의 1 정도 하락하고 미국 장기 채권 수익률이 다시 2%(현재의 거의 3배 수준)에 이르면 상황은 빠르게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미국의 손실을 유럽 시장이 가져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서방 세계가 경제 활동의 봉쇄와 무역, 자본,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서로 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교란시킬 중국의 힘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이 보유 자본의 일부만 미국 달러화에서 유로로 전환해도라도 세계 2위권 통화인 유로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미국의 연준에 뒤질세라 코로나 구제 프로그램을 통한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고, EU 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 바 7500억 유로(1000조원)의 유로 본드 발행 계획은 미국 시장에서 좌절감을 느낀 중국 자산을 유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분명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프랑스는 감세와 주(州) 보조금 등,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재정지출을 늘릴 채비를 갖췄고, 독일도 채권 매각을 통해 재정지출을 45% 가까이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미국 국채만이 더 이상 유일한 안전 자산 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IT 업계에 대한 미국의 보이콧과 홍콩을 둘러싼 정치적인 마찰이 고조될수록 중국 자본의 이탈 리스크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안전 자산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 당국이 금융 기관으로 하여금 보다 신중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도록 대대적으로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수년간 안전 자산의 공급은 38%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중앙은행들이 자신의 통화 완화 정책을 수행한다는 명분으로 공급의 대부분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면서 민간 부문에 돌아갈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이 특히 부족했는데, 2010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등급이 하향 조정된 데다 정부의 채권 발행이 저조해지면서 신규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럽의 트리플A 등급 채무증권 보유량은 2008년 유로존 GDP의 약 40%에서 지난해 20%로 떨어져 절반으로 줄었다.

놀랄 것도 없이, 많은 유로존 채권이 마이너스 수익률로 떨어지면서 빠르게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은 미국 채권의 대안을 간절히 찾고 있었다. 실제로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 안전자산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킨 것은, 그 발행액이 GDP의 거의 50%에 달한 미국 채권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돈을 따르게 되어 있다. ECB 유동성이 늘어나고 유로존 안전자산이 중국 자본의 다변화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자본흐름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정말 중국과 유로존이 협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 떨어진다면, 투자자들은 미 달러화의 약화, 예상보다 강한 유로화의 회복, 그리고 주식 시장의 추가적인 상승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중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장기적으로 극대화하려면 달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세계 금융 시장에서 자국 통화의 위상을 높여야 하지만, 국경 간 자본흐름을 주관하기에는 중국의 국내 금융시장이 너무 낙후되어 있다. 외국인은 여전히 중국 채권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중국 국내 은행에서 조차도 대규모 위안화 기반의 거래 신용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위안화 자체도 중국 밖에서 널리 거래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 국내 기관들은 대규모 위안화 부채로 인해 외환 리스크를 떠맡기를 꺼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현재 정치적으로 민감한 미국 국채 1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외환관리청(State Administration of Foreign Exchange)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강요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