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쌍용양회공업의 최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이하 한앤코)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올해로 인수 5년차에 돌입한 한앤코는 쌍용양회공업의 우선주에 대해 '프리미엄급' 가격을 치루면서까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쌍용양회공업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시기가 도래한 것 아니냔 시선이 제기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앤코는 향후 자발적 상장폐지를 목표로 무의결권 우선주 전량(154만3685주)을 매수를 진행한 결과 우선주 80.3%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앤코는 한달여 전인 지난 5월29일 쌍용양회공업 무의결권 우선주를 주당 1만5500원에 매수할 것을 제안, 6월1일부터 30일까지 진행했었다. 

투자자 보호와 자본구조 효율화를 위해서란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당시 회사가 제시한 주당 매수가격은 전일 종가인 9240원보다 약 73% 높은 수준이었다.

쌍용양회공업은 공시를 통해 "전체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우선주 전부의 소각 혹은 보통주 전환 등 우선주의 처리방안을 발행회사(한앤코)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쌍용양회공업으로 '시멘트 왕국' 완성한 한앤코

쌍용양회공업 주인이 바뀐 것은 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용양회공업은 지난 2000년대 초 유동성 위기로 태평양시멘트가 소유했다가, 한앤컴퍼니가 지난 2016년 1월 쌍용양회공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앤코에 의해 새주인을 맞았다.

 

한앤코는 쌍용양회공업 지분 77.44%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고, 현재 77.46%를 보유하고 있다. 한앤코는 한앤컴퍼니가 지분 32.8%를 소유중이다.

한앤컴퍼니가 시멘트업에 처음 손을 뻗은 것은 지난 2012년. 당시 3000억원에 대한시멘트를 인수한데 이어 이듬해 유진기업의 광양 슬래그 시멘트 공장(한남시멘트)를 855억원에 매입했다. 2015년엔 포스코 계열 포스화인(대한슬래그)를 680억원에, 2016년엔 쌍용양회공업을 1조3000억원대에 품에 안으며 시멘트 사업 몸집을 불렸다.

이후 한앤코는 쌍용양회공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했다. 쌍용양회공업이 쌍용기초소재, 한국기초소재, 쌍용로지스틱스, 상용레미콘, 한국로지스틱스, 대한시멘트, 대한슬래그 등 7개 계열사를 거머쥐도록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면서 '시멘트 왕국'을 완성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쌍용양회공업 시장점유율은 2015년 21.6%, 2016년 21.4%, 2017년 22.3%, 2018년 21.8%, 지난해 21.3%(쌍용양회공업 추정치)로 국내 시멘트 시장에서 매년 평균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1위 사업자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 배당성향 전년比 2배 UP, 몸값 높이기 작업도 완성

주목되는 점은 한앤코의 이번 우선주 매각이 투자금 회수(엑시트) 일환 아니냔 것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한앤코의 쌍용양회공업 매각 가능성을 수차례 제기한 바 있지만, 시점이 묘연했다.

하지만 인수 5년차인 올해의 경우 한앤코 행보는 구체화되고 있다. 매분기 배당금을 거둬갔던한앤코는 올해 1분기 쌍용양회공업이 배당성향을 크게 올리면서 수혜를 입었다. 한앤코의 쌍용양회공업 인수 3년차인 2018년 전년보다 3배 높은 126.8%의 현금배당성향으로 재미를 본데 이어 올해 1분기엔 283.3%까지 거둬갔다. 지난달에는 쌍용정보통신 지분 40%를 매각해 투자금 261억원을 회수했다.

 

쌍용양회공업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일련의 작업도 마쳤다. 쌍용양회공업은 ▲원가 절감을 통해 영업현금흐름을 확대했고 ▲유상증자(M&A 직후 4000억원 규모) ▲유휴 부동산 및 비핵심 사업부문과 종속회사 매각 등으로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연결기준, EBITDA는 3년 평균 적용)가 2015년 말 3.1배에서 지난해 말 1.8배로 감소했다.

즉, 차입금 부담이 줄었단 이야기다. 연결기준 부채비율도 2015년 말 117.6%에서 2017년 말 73.2%로 감소했다. 2018년 이후 배당 확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말 부채비율은 88.4% 수준으로 재무구조도 충분히 개선한 상태다.

우선주 매수→상장폐지→매각 수순?

때문에 사모펀드의 최종 목적이 투자회수인 만큼, 이번 우선주 매각은 쌍용양회공업의 몸값을 올린 뒤 상장폐지를 하려는 사전작업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의결권 없는 우선주 매수로 지분율을 높임으로써, 소액주주 간섭 없는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앤코의 모회사인 한앤컴퍼니는 인수 기업의 상장폐지로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가 있어 이 시선에 무게를 더한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1년 11월 카메라모듈 업체 코웰이홀딩스를 인수한지 석달만에 상장폐지한 뒤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홍콩 증시에 재상장, 높은 평가차익을 올린 바 있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다만, 한앤코는 이번 우선주 매수에서 80.3%만을 확보함으로 14.7%를 더 사들여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대상주식(무의결권 우선주)을 95% 이상 취득하는 경우 자진상장폐지를 추진할 수 있다.

상장폐지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상주식의 소액주주 수가 100인 미만이거나 반기말 월 평균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이 될 경우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쌍용양회 우선주의 주주 수는 1329명으로 이번 매각에선 83명의 개인 또는 기관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