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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일부 저축은행들이 파킹통장 마케팅을 자제하면서 고객유치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예대율을 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뭉칫돈이 비교적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파킹통장을 '임시거처'로 삼으면서 발생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금액) 증대를 위한 방안으로 파킹통장 고객유치를 늦추고 있다.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저축은행은 홍보·마케팅 관련 부서에 파킹통장 상품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사업부로부터 자사 파킹통장 상품 홍보·마케팅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초 고객유치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파킹통장에 대한 마케팅기조가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일부 저축은행이 '넘치는 수신자금'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수신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저축은행들이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금액)을 높이고자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조정에 나섰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본격화 된 지난 3~4월에는 수신과 여신 잔액 모두 증가했으나 규모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라면서도 "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빅컷을 단행한 5월부터는 여신보다 수신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신 잔액이 여신 잔액보다 지나치게 많으면 저축은행 입장에선 이자 지급 문제로 역마진까지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 "자금조달 방법이 다양한 시중은행과 달리 고객 수신이 거의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인 저축은행에 수신 과 여신간 적정한 비율 유지는 수익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파킹통장 금리를 잇달아 인하하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인하와 수신 잔액 증가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SBI저축은행이 출시한 파킹통장인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이 대표적이다. SBI저축은행은 오는 10일부터 파킹통장인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 금리를 1.7%에서 1.5%로 0.2%포인트(p) 내린다. 지난해 7월 연 2% 금리로 상품을 내놓았으나, 지난달 1일 1.7%로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10일 만에 또 다시 금리를 추가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 상품은 SBI저축은행이 올해 1분기 기준 자산 9조원을 넘기는 데 1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 상품 출시 후 SBI저축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말 6774억원에서 올해 3월말 1조3468억원으로 3개월 만에 6694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요구하면 언제든 출금할 수 있는 상품으로, 파킹통장이 이에 해당한다.

OK저축은행의 경우도 2016년 연 1.7% 금리로 출시한 파킹통장 'OK대박통장' 금리를 올해 1월 1.6%, 지난 3월 1.5%로 각각 낮춘데 이어, 지난 7일 1.3%로 추가 인하했다.

다만 본격적인 수신자금 조정에 들어갔다기보다 충분한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과 비교해 파킹통장은 이자비용 부담이 매우 적은 편에 속 한다"라면서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파킹통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충분한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저축은행들이 소극적 마케팅으로 기조를 바꾼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