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해마다 최저임금 이슈가 '乙(을)과 乙(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다가오면서 두축으로 갈라진 '乙(을)'들은 올해도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한축에 선 '乙(을,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또 다른 한축의 '乙(을, 노동자)'들은 기본권을 위해 기존 방향대로 인상을 할 것을 놓고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간다. 지난 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을 제출했지만, 팽배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현재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8590원보다 16.4% 오른 1만원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에서는 올해보다 2.1% 줄어든 8410원을 제시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최초 요구안에서부터 큰 입장차를 보이면서 적지않은 진통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다른 만큼 이번 심의에서는 각각의 요구안 격차를 좁혀 구체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공익위원인 박준식 위원장은 올해 심의 기한으로 오는 13일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2020년 최저임금 결정 심의는 1주일 뒤면 마무리될 것을 보인다. 최저임금 최종 고시 기한은 8월5일로 2주 가량 소용되는 고시 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 줄다리기, 중소·소상공인 줄잇는 성명 발표

때문에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는 '최소 동결'이란 강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국내 소상공인·중소기업계 대표하는 15개 협·단체(이하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최근 3년간 32.8%의 인상으로 최저임금을 못 주는 사업장이 이미 16.5%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7%에 달하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지금 각종 대출과 정부지원금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절박함을 전했다.

이어 "근로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칫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해하고 있다"며 "중소기업계도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근로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출처=최저임금위원회.

앞서 소상공인연합(이하 소공연)도 소상공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소공연은 지난달 25일 최저임금에 대한 동결 및 인하 논의를 통한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적 대수술’을 주문했다.

소공연은 “현행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제정돼 올해로 32년 동안 시행되고 있다”며 “초창기 최저임금 제도가 근로자 권익보호를 위해 시행, 취약 근로자 보호에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32% 넘게 오르면서 소상공인 지불능력을 뛰어넘어 소상공인업종에서 최저임금이 기준임금처럼 되어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소공연은 소상공인업종 규모별 차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업종 종사 취약근로자들에게 울타리를 쳐주는 효과로 취약근로자 일자리를 지키는 방안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절박한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32.7% 인상되면서 가맹점주들 절반 이상의 한달 수익이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쳐 2~3년 전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2.87%(전년도 인상분) 삭감 ▲주휴 수당 폐지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차등화 등을 요구했다.

최저임금 3년 '乙들의 갈등'만 부추기는 부작용

'최저임금=1만원 시대' 선언 3년. 협상이 이뤄질때마다 노동자와 사용자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사실상 최저임금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올랐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1989년 600원에서 지난해 8350원까지 20년새 7990원이 인상됐다.‬

▲ 출처=최저임금위원회.

특히, 대통령 선거 당시 임기내 '최저임금=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인상에 속도가 붙었다. 최저임금이 2016년 603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치솟은 것이다. 비율로 치면 2018년 16.4%(1060원), 2019년엔 10.9%(820원) 올랐다. 매년 최저임금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년간 최저임금 부작용은 영세상인과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속출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 사용자들의 '생존권' 문제로 치닫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에 현장에서는 임금 인상을 고용축소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용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 영향에 점심 피크 시간에도 절반 이상 테이블을 채우기만해도 감사할 따름"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시급 아르바이트를 없애고 부부만 운영하는데도 임대료 내기에 벅차다. 생존권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