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콘텐츠 제작사인 CJ ENM과 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딜라이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서로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벌어지며 블랙아웃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CJ ENM은 자사 콘텐츠 수신료의 인상을, 딜라이브는 업계 상황을 고려한 요율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PP 대 SO 전통적 갈등 '재점화'  

방송 콘텐츠 유통 주체의 관점에서 CJ ENM은 PP(Program Provider·프로그램공급자)다. 이 PP들은 콘텐츠를 제작해 유료방송 송출권을 가진 딜라이브와 같은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국)들에게 제공한다. 사업의 수익성을 추구하는 각 주체들의 입장에서 PP들은 가능하면 높은 수신료로 자사 콘텐츠를 제공하려 하고, SO들은 가능하면 저렴한 수신료로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한다. 그 연장선에서 PP와 SO들이 의견 차이로 인한 소소한 분쟁은 지난 십 수 년 동안 있었고 이들 대부분은 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됐다.  
    
다만 CJ ENM과 딜라이브의 갈등은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CJ ENM은 tvN, 엠넷, OCN 등을 포함한 자사의 13개 채널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의 가격을 올려줄 것을 딜라이브에 요구했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CJ ENM은 딜라이브에게 콘텐츠 수신료 20% 인상안을 제시했다.

CJ ENM 측은 “지난 5년 동안 동결 혹은 전년 대비 소폭 인하 등 연간 단위 조건으로 딜라이브에 콘텐츠를 공급해 왔다”라면서 “인상안에 대한 딜라이브 측 의견을 듣고 세부적 내용을 조정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충돌하는 입장

딜라이브 측은 “이는 여러 가지 대외 변수로 인해 갈수록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케이블 방송 업계의 상황을 외면한 지나친 요구”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딜라이브 등 SO 사업자들이 소속된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는 6일 입장문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공표했다. 

연합회는 입장문에서 “CJ ENM은 지난 5년간 수신료가 동결됐다고 하지만, 일반 유선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반의 IP TV들로부터도 추가 수신료를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신료는 꾸준히 인상돼 온 것과 같다”라면서 “가입자 감소로 인한 수신료 매출의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돼 업계가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CJ ENM과 같은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일방적 비용 인상 요구는 SO사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CJ ENM은 이러한 연합회와 딜라이브의 의견에 대해 다시 반박했다. 다른 회사(IPTV)와의 계약관계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CJ ENM과 딜라이브 사이의 계약 관계와 무관하다는 의견이다.  

CJ ENM 관계자는 “IPTV 사업자들을 통해 수신료를 받는 것은 딜라이브와 CJ ENM 사이의 계약과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지금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딜라이브에 대한 CJ ENM 콘텐츠의 수신료가 지난 5년 동안 동결돼 왔다는 것이며, 앞서 제안한 수신료 인상안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해보자는 것이 현재의 요구인데 딜라이브 측은 이에 계속 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딜라이브 측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면 공중파 채널이나 다른 종합편성채널이 제안한 콘텐츠 수신료 인상안을 딜라이트가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라면서 “딜라이브가 논의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로 대응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소송전 우려...과기부 중재가 관건

양 측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해당 사안의 담당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중재에 나섰다. 과기부 측은 “CJ ENM과 딜라이브 양측 당사자들을 불러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합의점을 찾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인 합병으로 CJ ENM이라는 이름아래 콘텐츠 사업부문 CJ E&M과 한 지붕으로 묶인 홈쇼핑 채널 CJ오쇼핑은 현재 딜라이브와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하 문제로 이미 민사소송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해당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7월에도 과기부는 CJ오쇼핑과 딜라이브의 사이에서 중재에 나섰으나 끝내 실패했다. 

여기에 과기부가 적극적 중재 의사를 밝혔음에도 CJ ENM이 딜라이브에 대한 '블랙아웃(콘텐츠 송출 전면 중단)'을 통보한 강경 대응은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만약 과기부의 중재로도 이 사안이 해결되지 못하면 양 측은 '또 한번' 민사소송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상생을 도모해야 할 동종업계끼리의 소모전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양 측 의견 차이가 거의 평행선을 이루다시피 하고 있어 중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이전에 PP와 SO 사이에 종종 있었던 갈등과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협의만 잘 이뤄지면 아무 문제없이 상황이 마무리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