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7일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73%, 1분기 대비 25.58% 상승한 8조1000억원이라 잠정 공시했다. 증권가에서 간혹 7조원 영업이익을 점치는 곳도 있었으나 대부분 6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다만 아직은 방심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 출처=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의 배경
삼성전자의 2분기 놀라운 실적은 반도체가 견인했다는 평가다. 2분기 반도체에서만 5조원 중반의 영업이익이 창출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 강화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체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마이크론이 3월부터 5월까지 총 54억3800만달러(6조49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6% 상승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의 호조세가 강하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비슷한 전망을 한 바 있다. 지난 6월 10일 SEMI는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반도체 팹 장비 투자가 상당수준 올라갈 것이라 전망했으며 2021년 반도체 팹 장비 투자가 올해와 비교해 24% 증가한 677억달러에 이를 것이라 발표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집중도가 커질 것으로 봤다. SEMI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팹 설비에 300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3D 낸드플래시의 올해 팹 장비 투자액은 전년 대비 30%, 2021년에는 17%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D램은 올해 팹 투자액이 전년 대비 11%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2021년에는 무려 50%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1개 반도체 기업 중 무려 14개 업체가 오는 2분기 실적을 두고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낸 가운데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나름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관측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스마트폰의 IM부문은 4월까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에 깜짝 1위 자리를 내어주며 갤럭시 신화도 주춤했다는 평가다. 특히 갤럭시S20이 제대로 된 상승동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삼성전자 IM부문은 4월까지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5월과 6월 중저가 라인업을 중심으로 판매고가 올라가는 한편 비용 절감이 이어지며 2분기 전체로는 준수한 실적을 거뒀을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도 2분기 깜짝 실적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며 영업이익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 아이폰 출하가 저조한 흐름을 보이며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요청했던 패널이 제대로 출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5월과 6월 준수한 흐름을 회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 출처=삼성전자

그림자도 짙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2분기 실적은 저조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2분기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3분기에도 고무적인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공격적인 전략을 시도하는 중이다. 특히 낸드플래시에 강하게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136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8.3% 상승하는 등, D램과 비교해 다소 긍정적인 시장 팽창을 보여주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5억달러(약 5조5700억원) 매출을 올려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여세를 몰아 평택캠퍼스 2라인 생산라인 구축을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의 확실한 패권을 잡겠다는 각오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5월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1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한편 코로나19로 트렌드가 된 비대면 시대를 맞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미중 신경전 등 날카로운 대립의 역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수급에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흘러갈 경우 반도체 수급의 이상기류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고정가격이 상승세를 멈춘 대목도 문제다. 결국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경쟁력이 하반기 전반적인 실적의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핵심 로드맵을 강하게 전개하고 있으나 아직은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결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