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SK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만남으로 '재계 배터리 동맹'의 시작을 알렸다. 7일 정 수석부회장은 최 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미래 신기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이하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기획조정실 김걸 사장, 상품담당 서보신 사장, 현대모비스 박정국 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은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5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6월 LG 구광모 회장에 이어 이번에 최태원 회장과 회동함으로 국내 3대(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배터리 동맹'을 완성시켰다.  

이날 SK그룹(이하 SK) 최태원 회장은 최재원 수석부회장,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SK㈜ 장동현 사장, SK이노베이션 지동섭 배터리사업대표 등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현대차 경영진들은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 내 니로(NIRO) 전기차에 공급하는 배터리 셀 조립 라인을 둘러봤다. 2012년 준공한 서산공장은 연4.7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규모를 갖춘 곳이다.

최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등 양사 경영진은 현재 SK이노베이션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총수는 SK 주유소의 충전소 공간을 활용한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지원해온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양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와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 수석부회장은 일찍부터 배터리 영역을 SK의 신성장 사업으로 주목해 투자와 육성을 아끼지 않는 등 배터리 사업 성장을 이끌어왔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우리 임직원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할 것이며,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은 양 사의 성장을 물론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면서 “코로나19가 가져올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 사는 두 총수의 이번 만남 이전부터 많은 부분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자사가 생산하고 있는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카, 니로, 쏘울 EV 등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대·기아차가 2021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하고 최상의 성능 확보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E-GMP’ 기반의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탑재될 SK이노베이션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기차 전용 모델의 특장점들과 결합돼 고객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지난달까지 국내외 누적 28만여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회동에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 및 신기술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오늘 회동은 그동안 전기차·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온 양사가 차세대 배터리 등 다양한 신기술 영역에서 협력을 논의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