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조선3사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현대중공업의 공정위 불공정하도급 조사 방해 및 증거인멸에 대해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이 코로나19에 따른 수주 절벽과 중대재해 사고, 대우조선해양 합병 불확실성 등 연이은 악재로 고심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시민단체가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갑질과 관련 한영석 대표이사 등 임직원 3인을 증거인멸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혀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한영석 현대重 대표 등 검찰 고발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는 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와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남주 변호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갑질에 대해 208억원의 과징금과 법인 고발을 하면서 현대중공업 임직원의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선 과태료만 부과했을 뿐 고발하지 않았다”며 “과태료 처분은 향후 동일한 하도급 갑질 행위 재발을 막기에는 터무니없이 가벼운 조치”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한영석 사장과 임직원들이 공정위 조사 직전은 물론 조사 과정 중에 직원용 PC에 저장된 중요 파일을 외장 하드로 옮기고 PC를 숨기는 등의 방식으로 증거를 인멸해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공정위가 관련 자료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하도급 피해업체들의 피해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검찰 고발건과 관련, 아직 배당이 됐다는 연락이 없는 상황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공정위에서 이미 해당 혐의에 대해 입증을 한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의 시련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절벽과 이로 인한 조직 축소,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불확실성 확대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과제를 받아 든 모양새다.

▲ 출처=현대중공업

조선업 부진에 M&A까지 갈 길 바쁜데…

우선 주력사업인 조선업 부진은 가장 큰 고민이다. 올 들어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주 절벽이 우려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까지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469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나 급감했다. 발주가 줄어들면서 올해 1~5월 한국의 누계 수주 실적은 90만CGT(32척)에 그쳤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5월 말 기준 수주는 29척, 18억달러를 달성했다. 연초 계획한 수주 목표액 157억달러의 11.5% 수준에 불과하다. 통상 조선사 수주가 4분기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준은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LNG선, LPG선, LPG선 등 상선 발주는 물론이고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수주 물량이 1년 이상 남아있는데다 재무구조도 나쁘지 않아 당장의 위기는 버틸 수 있겠지만, 주력 사업의 영업환경 저하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이달 1일자로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 조직을 통합하고 전체부서의 약 20%를 축소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의 효율성 제고와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M&A)도 과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표했지만 이는 1년이 넘도록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해외 경쟁당국의 지지부진한 기업결합심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최근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선 시장 지배력의 경쟁제한 우려를 표한 데다, 금속노조를 합병 심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3자 지위’를 부여하기로 해 지지부진한 EU의 기업결합심사가 더욱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부 환경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내부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조와의 임단협은 지난해 5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60여 차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인분할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 복직과 노사간 손해 배상 소송 취소 등 현안에서 의견차를 줄이지 못해서다.
 
여기에 올 들어 조선소 내에서 중대재해만 4건이 발생해 현장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아울려 최근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의 하도급 갑질과 관련한 208억원 과징금에 불복 소송도 냈다. 패소할 경우 과징금 부담도 떠안아야 해 재무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민단체 고발이 검찰로 송치되는 경우 현대중공업의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갈 길이 바쁜데 CEO가 잡음에 시달려 이리저리 끌려 다닐 경우 구조 개편 등 시급한 사안에서 추진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