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작품 앞에서 김근태 작가<사진제공=통인화랑>

작업실에 인접해 있는 북한산 암벽은 나를 부르는 장소이다. 언제부터 저 커다란 암벽이 나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 암벽은 알 수 없는 세계로 초대한다. 이름 모를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간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세계 앞에 숨이 턱 막히곤 한다.

▲ Discussion, 91×50㎝ Oil on canvas, 2016

소동파의 ‘여산진면목’이란 글귀를 떠올리다보면 나의 본래 진면목이 무엇인지 상념에 빠져들게 된다. 그 커다란 벽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바람소리와 구름 한 점에 그 알 수 없는 처지를 벗어나게 한다.

▲ 162×130.3㎝, 2016

글귀에 빠져들고 모양에 속는 어리석은 모습이 그 벽 앞에서 형태 없는 형태로써 한줄기 빛으로 보이고, 그 경계를 선과 색으로 옮겨 보았다. 모양 없는 모양의 담론을 부질없이 몇 점 세상에 내보낸다.

△글=김근태(金根泰,단색화가 김근태,김근태 작가,KIM KEUN TAI)작가노트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6월15~7월4일,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