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전동킥보드가 보도와 도로를 넘나들며 보행자와 운전자를 위협하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동킥보드를 국도에 뛰어 들어 사고를 유발하는 고라니에 비유하여 ‘킥라니’라 부르기도 한다. 다행히 지난 달 9일 정부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 PM)’라는 정식명칭으로 전동킥보드를 제도권 내에 편입시켰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어린이가 운전하여서는 안 되며(제11조), 승차정원을 초과하여 운전할 수 없다는 제한은 있지만(제50조), 면허취득의 대상이 아니어서 여전히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이 가능하다(제80조). 그러나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날 경우의 사건 수습과 보상·배상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입법이 미비하여 이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전동킥보드로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까?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180% 만취한 상태에서 500미터 가량 전동킥보드를 운행하여 가다가 보행자를 치어 넘어뜨려 전치 약 2주의 다발성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하여 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다. 이는 전동킥보드 사고와 관련한 우리나라 최초의 형사 판결로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는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여 사람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의 위험운전치상죄(제5조의 11)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제44조)이었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상의 의무보험가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비록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상 전동킥보드 운행자가 의무보험에 가입해야 할 의무는 있지만(제8조), 이 부분은 현재 전동킥보드에 대한 보험상품이 존재하지 않아 가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를 하였다.

그러나 상황을 달리하여, 만약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라면 전동킥보드가 가입할 보험 상품이 없다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상 자동차 등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낼 경우에는 ‘이른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거나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不具)가 되거나 불치(不治) 또는 난치(難治)의 질병이 생긴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한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기소가 되지 않을 수 있는데(제3조, 제4조), 지금처럼 전동킥보드가 가입할 보험 상품이 없어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앞서 살펴본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기소를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 때는 기소를 막기 위해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겨질 뿐이다. 더 나아가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한 후 도주까지 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도주운전죄가 적용되는 경우(제5조의 3)를 생각해 보면, 자동차종합운전보험 가입은 양형상 유리한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가입할 보험이 없고 실제로 가입할 수도 없어 결과적으로 이 같은 양향사유를 활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 여전히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킥보드 사고

킥보드 운전자는 사고로 인하여 형사처벌 받을 부담을 안는 것은 별개로, 자신이 가입해 둔 상해보험으로부터 자신이 입은 생명, 신체상의 손해를 보장 받지 못하는 문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최근 대법원은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사고가 나 사망한 킥보드 운전자에게 보험사가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킥보드는 상해보험 상 운전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야 하는 이륜차에 해당하는데 킥보드 운전자는 보험가입 당시 이에 대한 고지를 하지 않아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하여는 킥보드가 정확히 이륜차로서 고지를 해야 할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보험 상품은 ‘이륜차를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소위 ‘이륜자동차 운전 중 상해 부담보 특약’을 포함하고 있어 어떤 이유에서든 현행 약관 상 킥보드 운전자가 자신이 가입한 상해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킥보드 운전자가 자신이 낸 사고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경우에도 보험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인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킥보드 운전자는 자동차운전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사고 발생 시 손해는 전적으로 킥보드 운전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킥보드 운전자가 가입해 둔 일상배상책임 보험을 통한 배상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일상배상책임 보험은 킥보드 사고와 같은 ‘차량’의 소유, 사용, 관리에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자동차보험에서 담보하는 영역으로 보아 면책하고 있어 킥보드 운전자가 보험사를 통해 피해자에게 배상할 방법은 없다. 이러한 점은 피해자에게도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데, 만약 킥보드 운전자가 무자력 상태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능력이 없는 경우, 피해자로서는 사고발생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을 오로지 킥보드 운전자의 자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도심을 달리는 킥보드는 빠른 시일 내에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사고 발생 시 민형사적으로 가해자, 피해자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길 수 있는 무법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공유 전동킥보드로 어렵게 피어난 공유경제의 싹이 뒤늦은 법제도 마련으로 꺾이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