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30일 열린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에서 2018년 11월 이후 ‘라임 무역금융펀드(이하 라임 펀드)’에 투자하였다가 손실을 입게 된 피해자들에게 이를 판매한 금융기관들이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금감원이 DLF 사태와 관련하여 40~80%, KIKO 사태와 관련하여 15~41%의 배상을 명한 것과 비교해 보면 매우 파격적인 것으로, ‘원본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한 ‘금융투자상품’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 등 이른바 ‘라임 사태’이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유사 사모펀드 사건과 관련한 금융분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사건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분조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분조위가 라임 펀드와 관련하여 판매사들이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한 법적 근거는 민법 제109조 상의 ‘착오에 의한 취소’다. 라임 펀드에 가입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피해자들은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할 당시 해당 펀드가 이미 98% 이상 손실이 난 상태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해 계약의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가 있었으므로 ‘취소’를 하여 투자한 금원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피해자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에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취소가 불가능하겠지만, 분조위는 피해자들에게는 이와 관련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피해자들은 분쟁조정 신청 당시 보다 적극적으로 판매사들이 피해자들을 속였음을 이유로 한 기망에 의한 취소(민법 제110조)도 주장을 하였지만, 기망에 의한 취소는 판매사들이 ‘고의’로 피해자들을 속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기망에 의한 판매가 있어 사기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조위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민법 제109조의 착오에 의한 취소 법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분조위의 결정대로 피해자들의 ‘취소’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법률행위, 즉 피해자들의 펀드 가입행위는 소급하여 처음부터 무효인 것이 되고, 원상회복의 원칙에 따라 판매사들은 피해자들에게 투자 원금을 부당이득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 분조위의 결정, 법적 구속력 있나?

분조위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설치한 금융분쟁조정기구로, 금감원은 당초 분쟁조정 신청을 받으면, 관계당사자에게 그 내용을 알리고 합의를 권고할 수 있다(제51조 및 제53조). 다만, 이번 사건과 같이 금융 분쟁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때부터 금감원은 이 사건을 분조위에 회부하여 60일 이내에 심의하여 이에 대한 조정안을 작성하도록 할 수 있고, 분쟁의 양 당사자에게 이를 제시하고 수락을 권고할 수 있다(제53조 제4항, 제5항). 만약 양 당사자가 20일 이내에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락한 경우 그 조정안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 즉 확정된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어 이 사건의 신청인인 피해자들은 판매사를 상대로 한 집행도 가능하다(제55조, 동 시행령 제21조). 그러나 만약 이 기간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이 사건은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 ‘라임 사태’가 불거지는 과정에서 판매사들이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형사 판단을 기다리기 위해 재판이 중단되는 등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이번 조정안을 판매사들이 과연 수락할 것인가가 이번 분쟁 해결의 관건으로 보이는데, 판매사들로서는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결국은 법원이 조정안을 참고하여 조정안과 유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 우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일방의 이의제기로 불발된 조정안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적으로 볼 때 법원은 분조위에서 위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경위와 취지를 존중해 판결에 반영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판매사들은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사회적 비난과 함께 그 사이 늘어난 상당한 지연손해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판매사들은 이번 조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확정된 조정안이 향후 이어질 ‘2018년 11월 이전 판매분’에 대한 분쟁에도 판매사에게 불리한 선례로 남을 가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18년 11월 이전분의 경우 계약 체결 당시 라임 펀드의 손실이 98%에 이르지는 않아 이번 조정안의 경우와 같이 ‘중요부분’에 대한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까지 인정될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그 역시 불완전 판매였을 것이라는 나쁜 ‘심증’을 남겨 분조위나 소송 과정에서 판매사들에게 유리한 정황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