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기간 동안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비즈니스 캐주얼 옷의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    출처= ABX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간편 업무 복장인 비즈니스 캐주얼을 주로 만들던 의류 회사들이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으면서 집에 오래 머물며 티셔츠, 레깅스, 운동용 반바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앤 테일러(Ann Taylor),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익스프레스(Express) 같은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들이 주력 제품인 직장 근무용 의류(work apparel) 외에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도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우아한 의류들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봉쇄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후 일부 다시 문을 연 이후에도 회사들이 비공식적인 홈 웨어 차림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스프레스의 티모시 백스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사람들의 직장 근무복이 점점 캐주얼한 옷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아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코로나 대유행이 최근 그런 변화를 훨씬 더 현저하게 그리고 더 빠르게 부추기고 있습니다.”

익스프레스는 자사의 웹사이트에 ‘출퇴근 길’(ways to work)라는 코너를 만들고 사무실에서 일할 때, 재택 근무할 때, 인터뷰할 때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한 복장을 분류해 보여준다. 재택근무 복장 카테고리에는 블레이저(콤비 상의), 트렌디한 발목 바지, 캐주얼 티, 스웨터 등이 올려져 있다. 백스터 CEO는 "최근 레깅스, 조거 팬츠(소시지 바지) 같은 캐주얼 카테고리의 판매가 강세를 보였는데, 아마도 소비자들이 최근 재택 근무에 적절한 옷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페이스북의 콘텐츠 전략가로 일하고 있는 애슐리 골드스미스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운동용 바지, 레깅스, 가운 등 캐주얼한 옷을 더 구입했다. 그녀는 그런 편한 옷들을 구매하면서 옷 회사들이 집에서 입는 편안한 옷에 외출복 같은 장식 옵션을 접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고 말했다.

골드스미스는 "나는 의류 회사들의 그런 시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류회사들이 집에서 늘 트레이닝복만 입는 사람들에게 스타일리시한 상의를 팔려면 좀 더 설득력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최대 캐주얼 브랜드 갭(Gap)은 지난 1분기 매출이 43% 감소했는데, 주로 비즈니스 복장 위주인 바나나 리퍼블릭 브랜드의 감소가 컸다. 캡의 운동·여가복 위주 브랜드인 애슬리타 브랜드가 8%감소한 데 비해 바나나 리퍼블렉 브랜드는 무려 47%나 감소했다.

갭의 소니아 신갈 CEO는 회사 실적발표에서 "이번 코로나 위기 동안 의류 소매 주체가 예상치 못하게 재택 근무 소비자로 급이동함에 따라, 캐주얼 근무복을 표방한 바나나 리퍼블릭이 제품 구성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분기에 직장 근무복 카테고리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인 반면,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보다 캐주얼한 의류의 재고는 부족 현상을 보였습니다.”

▲ 한 쇼핑객이 뉴욕의 갭(GAP) 매장에서 홈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캡처

갭의 조사에 따르면, 비즈니스 스타일을 좋아하는 바나나 리퍼블릭 브랜드 고객의 3분의 1만이 코로나 위기 동안 여전히 비즈니스 스타일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나나 리퍼블릭의 남성 폴로 카테고리나 여성 액세서리 제품들도 가상 회의 시대에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고급 신발 브랜드 지미 추(Jimmy Choo)의 모회사 카프리 홀딩스(Capri Holdings)의 존 아이돌 CEO도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정장 구두 판매 저조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지미 추의 1분기 매출은 23% 하락했다.

"우리의 캐주얼 제품 위주의 전략을 좀 더 빨리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소매 컨설턴트 컬트 브랜딩(Cult Branding)의 창업자 BJ 부에노는 “기업들이 어떤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아무리 끌려고 해도 소비자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가방을 파는 회사라도 사람들이 여행을 하지 않으면 그 가방을 팔 수 없지요.”

그러나 모두가 오늘만을 위해 물건을 사는 것은 아니다. 보스턴의 임상연구 코디네이터 매들린 피쉬는 집에서 트레이닝복 같은 캐주얼한 옷을 더 많이 입었지만, 그녀는 앞 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애슬리타 매장에서 외출용 긴 스커트, 무늬가 있는 화려한 반바지와 그에 맞는 액세서리, 그리고 조거 팬츠를 샀다.

"내 자신이 생산적으로 일하고 있음을 느끼고 싶다면, 집에서라도 새로운 것을 입을 필요가 있습니다.”

익스프레스의 백스터 CEO는 “익스프레스가 동종 회사와 비교했을 때 좀 더 정장에 가까운 차림의 의류라는 인식이 강해서 코로나 기간 중에 다소 불리했지만 사람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싶어하는 마음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스프레스의 1분기 매출은 53% 감소했다.

"소비자가 앞으로 옷을 입는 방식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을 이해하려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