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글로벌 증시는 펀더멘탈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국민은행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글로벌 증시가 각국 정부의 부양책 등 '유동성 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 중이다. 다만 6월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 2차 팬데믹과 실적 부진의 영향 때문에 상승분이 상쇄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실적과 지표에 주목하는 펀더멘탈 시장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3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발표하며 또다시 ‘제로금리’를 선포했다. 더불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능가하는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다른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도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한국도 정부가 3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두 차례 인하와 금융사로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이어 특수목적기구를 통한 회사채도 매입에도 나선 바 있다. 또한 미국의 로빈후드, 한국에선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매수세도 유동성 확대에 한몫했다.

이에 미국 뉴욕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3월 바닥 이후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6631.42를 기록한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3개월 만에 1만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도 3월 말 저점 이후 V자 회복을 보여주며 한때 22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증시는 6월 부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확대되고 주가와 실물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영향을 받아 상승세가 꺾였다. 최근 글로벌 시황은 일정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11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527.62(5.2%) 하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7월 주요 증시가 막대한 유동성으로 인한 상승압력보다 기업들의 실적, 코로나19 재확산·백신 발표 등 펀더멘탈에 연동해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일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발표와 경제기표 개선이 상승을 이끌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영향으로 개별 기업 실적에 따라 등락이 나뉘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5.86포인트(0.95%) 상승한 1만154.63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5.57포인트(0.5%) 오른 3115.86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7.91포인트(0.3%) 하락한 2만5734.97로 장을 마쳤다.

이날 미국 증시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온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초기 임상시험 결과에 영향을 받았다. 화이자는 일정량의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한 참가자들에게 회복 환자의 1.8배~2.8배에 달하는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ies)가 생성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화이자 주가는 3.18%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 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6월 민간부문 고용은 236만9000명 증가했다. 5월 수치는 애초의 276만 명 감소에서 306만5000 명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43.1에서 52.6으로 반등했다.

이에 실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물류업체 페덱스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주가가 폭등했다. 페덱스는 지난 5월로 끝난 회계 기준 4분기에 주당 2.53달러의 순이익과 173억6000만달러(약 20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앞서 페덱스 컨센서스는 주당 1.57달러 순이익과 165억4000만달러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페덱스 주가는 이날 11.7% 이상 급등했다.

알파벳의 주가도 구글TV의 가격 상승 조정에 따라 1.69% 상승했다. 넷플릭스(+6.72%)는 증권가의 투자의견 상향 소식이 전해지며 급등했다. 디즈니(+1.35%), 아마존(+4.35%)도 동반 상승했다.

다만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일부 주(州) 정부에서 셧다운 조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피해 업종의 주가 약세가 나타났다.

애플 주가는 매장 30여 곳을 추가 폐쇄한다는 발표에 0.19% 하락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때문에 상승세를 보여온 제약업체 모더나와 길리어드사이언스 등은 기대와 달리 자세한 데이터를 발표하지 못하면서 각각 4.08%, 1.14% 하락했다. GM(-1.34%), 포드(-1.64%) 등 자동차 기업들은 1분기 판매 급감 소식 여파로 부진했다.

키움증권 서상영 투자전략팀장은 “미 증시가 실적과 지표에 주목하는 펀더멘탈 시장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국 증시도 결국 펀더멘탈에 주목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서상영 팀장은 "지난 6월 한국 증시의 순환매 장세에서 업종 내 종목 차별화가 진행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를 이끈 업종은 결국 실적 개선에 기반을 둔 성장주들"이라며 "7월 한국 증시는 유동성 시장에서 펀더멘탈 시장으로 변화가 이어지는 한 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6월 말부터 미국 실적 부진 기업들의 매물이 출회돼 약세를 보이는 조짐이 나타났다”며 “한국 증시는 내년 1분기 전망치 개선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3분기 추정치 하향 조정에 5월부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분기 실적에 따라 미국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임지우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1분기 적자 폭이 컸던 에너지, 호텔 업종의 상향 폭이 확대됐지만, 2·3분기 실적 내림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실질적 상향은 관찰되고 있지 않다”며 “여타 경기민감 업종도 대부분 추정치 반등이 제한됐다”고 밝혔다.

임지우 연구원은 “다만 7월에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되기 시작한다”며 “2분기는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직접 나타나 시장 예상치와 괴리가 클 가능성이 있다,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과 업종을 주시하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