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공항면세점 임차료 인하 조치, 재고품 국내 채널 판매가 이뤄지면서 면세점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 그러나 감면 혜택이 오는 8월 종료되고, 관광객 수요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면세 수요 회복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면세점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이 시작되면서 각 나라는 자국민 출국과 외국인 입국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발원지인 중국은 해외 출국과 국내 입국을 금지하는 극단적 조치를 내린 바 있고, 미국과 일본도 입출국 규제 강도를 높였다.

▲ 내·외국인 출입국자 추이

이 사이 한국 입국자는 2월 68만5000명, 3월 8만3000명, 4월 2만9000명으로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의 경우 2월 120만 명, 3월 153만 명, 4월 163만 명 등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한국을 다녀갔다.

최근 각국이 잠긴 빗장을 열겠다고 밝혔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격리기간(2~4주)을 고려한다면 현실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각국의 입·출국 규제는 해외여행 수요와 상관관계가 큰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 상태다.

출·입국자가 급감하면서 국내 면세 시장 매출 규모도 크게 줄었다. 2월 업계 매출은 전년 대비 37% 낮은 1조1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4월 매출은 9867억원대로 급감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50.5% 줄어든 수치다. 면세점 월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이후 최초다.

지난 5월에도 면세점 실적은 부진을 이어갔다. 전체 면세점들의 매출은 1조179억원을 기록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3.1% 급감한 수준이다. 문제는 2차 유행이 시작된 국가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 내 추가적인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방문객 수 감소 현상은 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관광객 줄었지만… 여전히 한국 찾는 중국 리셀러

부정적 현실 속에서도 긍정적인 이슈는 있다. 외국인 1인당 구매금액(객단가)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4월 1인당 매출액은 6687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배에 달하는 실적을 보였고, 5월 매출은 8651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객단가 증가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일반 관광객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의 법인형 리셀러(보따리상·따이공)들은 한국 시장을 찾고 있고, 그들의 수요에 맞는 제품들의 대안 구매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내 화장품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는 법인형 따이공들의 역할이 크다. 한화투자증권에서는 지난 2~4월 면세점 업계 화장품 매출액의 87.4%를 이들이 구매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화투자증권 남성현 애널리스트는 “면세점에서 화장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데, 2~4월의 경우 평균 화장품 매출액 비중은 87.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중국 내 화장품 시장이 견조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문객수와 1인당 매출액의 ‘역의 상관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 가뭄의 단비… 장기플랜 마련 시급

지난 6월 결정된 임대료 추가 감면, 재고면세품 판매로 면세점 업계의 영업적자는 한시적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매월 공항공사에 부담하는 임차료는 약 280억원(분기 840억원) 수준인데, 임대료 감면이 이뤄지면서 월 임차료는 14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신세계의 임차료 부담은 월 365억원 수준에서 182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롯데면세점(193억원)은 50% 감면 조치를 통해 오는 8월까지 각각 96억원을 감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 유정현 애널리스트는 “임차료 인하 조치와 국내 채널 판매 시작으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면세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고, 이에 임차료 감면이 9월 이후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한 결과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매출액이 절반으로 급감했고, 영업이익 또한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이뤄진 임시방편”이라며 “한시적인 임대료 감면, 제한적인 재고품 판매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서울의 한 시내면세점.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불황에도 투자” 포스트 코로나 준비하는 면세업계

면세업계 불황에도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면세점 1, 2위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나란히 해외시장 돌파구 찾기에 나섰고,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점포 수 확대를 추진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면세점, 미국 괌공항점 진출을 시작으로 2014년 일본 간사이공항, 긴자 시내면세점, 2019년 오세아니아 지역 5개 지점, 베트남 하노이 공항점을 오픈하는 등 해외 사업 광폭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베트남 다낭시내점 등을 모두 더하면 해외 매장은 14개에 달한다.

신라면세점 역시 해외시장에 집중해 왔다. 지난 2013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시작으로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마카오 국제공항,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 총 5곳의 해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면세점 점포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을 처음 시작한 현대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동대문 시내면세점을 오픈했다. 또한 공항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규모의 경제, 수익성 제고 등 두 목표 달성에 나서는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키움증권 박상준 애널리스트는 “한국 면세점 업체들은 이번 위기로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며 “따이공 매출이 높고, 백화점 사업을 겸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어서, 실적 방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