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로 손꼽히는 미국 보스턴에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여 개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스턴의 산학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하거나 공유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코로나19로 교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한정된 자원과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며 "협회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진출 거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의 바이오의료산업 클러스터. 출처=MassBio

인재와 자본, 기업 몰리는 바이오의료산업 메카

보스턴은 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인재와 자본, 기업 등이 몰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바이오생태계로 거듭났다.

하버드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생명과학분야의 명문대와 메사추세츠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이 밀집해 있어 우수한 인재 확보가 용이하다. 여기에 스타트업부터 다국적 제약사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모여들며 자생적으로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조성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1천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7만4천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2조 달러 이상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수월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보스턴이 속한 매사추세츠주 소재 바이오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48억 달러에 달한다. 일자리도 4300개가 새로 생겨났다.

투자된 자금은 신약 연구개발에 활용되며,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가치창출 방법으로 회수된다. 몇 배로 늘어난 자금은 다시 바이오 기업에 투자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 MIT 산업연계프로그램(ILP) 등 다양한 플랫폼도 인재와 자본, 기업을 연결하며 보스턴을 세계 최대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 미국 보스턴 켄들스퀘어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연구소 등 현황. 출처=MIT ILP

보스턴으로 향하는 K제약바이오

신약 개발의 최적지로 꼽히는 보스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이미 LG화학과 유한양행 등이 보스턴에 잇따라 진출해 연구개발(R&D) 협력, 기술 이전, 합작투자법인(JV) 설립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달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함께 국내 10개 기업이 보스턴 소재 캠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CIC) 공유 사무실에 입주했다.

CIC는 1999년 마련된 공유사무실로 보스턴, 마이애미 등 총 7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5000여개 기업이 입주하고 있다. CIC에서는 입주 기업 간 교류와 각 지역 기업·연구소 등과 실시간 정보공유 및 파트너십이 활발하다.

협회는 보스턴 CIC 내 한국오피스를 마련해 비용효과 측면에서 최적화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입주 기업들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도울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1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도로 국내 14개사가 MIT 기업 연계프로그램(ILP) 멤버십에 컨소시엄 형태로 가입했다.

MIT ILP는 헬스케어,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MIT의 학문적 연구 성과와 산업계의 상호 연계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산·학 연계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약 260개 이상 기업들이 가입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화학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협회는 멤버십 가입을 통해 해외 현지에서 대학·바이오벤처·연구소 등과 신약 기술이전 및 상업화 등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가치와 경쟁력을 주목받는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글로벌 진출 행보를 이어간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손꼽히는 보스턴 혁신 생태계에서 다양한 협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