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3월 18일 카카오톡 10주년 출시를 맞아 크루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카카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담담하게 고백한 바 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카카오를 창업할 당시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도전의식이 있었다"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선한 의지를 진정성있게 믿을 것"이라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 출처=카카오

포털에 증오가 사라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연예뉴스 댓글 폐지를 전격 발표했다.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대표는 당시 "연예 섹션 뉴스 댓글란에서 벌어지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이후 네이버는 물론 카카오는 실시간 검색에 폐지 및 조정 등 포털의 공공성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작업을 전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는 악성 댓글에 대한 제재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 2월 포털 다음(Daum)과 카카오톡 #탭의 뉴스 댓글 서비스 및 운영 정책을 개편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기 때문이다. 업계 최초로 2017년 7월부터 AI를 통해 모든 댓글의 욕설 및 비속어를 필터링하는 ‘욕설 음표 치환 기능’을 적용한 가운데 신고 항목을 신설한 점이 눈길을 끈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이용자가 신고한 악성 댓글이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해당 댓글을 삭제할 뿐 아니라 작성자에 대한 제재도 진행함으로써 악성 댓글 작성을 원천적으로 예방한다. 신고한 댓글이 삭제되면 그 결과를 알려주는 ‘신고 알림’ 기능도 도입했다. 나아가 댓글 영역 자체의 노출을 관리할 수 있는 ‘접기’ 기능을 도입해 댓글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권리 보호를 위한 기능도 도입했다.

성과는 어떨까. 카카오는 지난 2월말 실시한 뉴스 서비스 댓글 제재 강화 및 운영 정책 개편 후 악성 댓글 신고 및 조치가 증가했으며 점차 욕설 및 혐오 표현이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개편 이후 집계한 결과, 3월 한 달간 댓글 신고 건수는 개편 이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5월에도 개편 이전에 비해 14% 늘어났다. 악성 댓글 삭제 건수도 3월 한달간 개편 이전 대비 65% 증가했고, 5월에도 개편 이전보다 7% 늘어났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상처를 주는 증오의 소리가 잦아들고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는 “이번 개편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들의 선한 의지로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지속적인 노력과 서비스 개편으로 기업의 디지털 책임(CDR)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여세를 몰아 댓글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개편도 30일 밝혔다. 이용자들이 댓글에 남긴 피드백을 바탕으로 댓글을 임의 순서대로 보여주는 '추천댓글’ 정렬이 핵심이다. 뉴스에 댓글과 피드백(찬성/반대)이 발생했을 경우, 전체 댓글 중 일정 수 이상의 찬성을 받은 댓글을 임의 순서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일정 개수 이상의 댓글이 발생한 뉴스에서는 추천댓글을 기본 정렬 방식으로 제공해 이용자들이 더 다양한 댓글을 발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추천순 정렬은 댓글 찬성수에서 반대수를 뺀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는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찬반순’ 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댓글 개수가 많지 않은 뉴스에서는 찬반순, 최신순, 과거순 댓글 목록만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또 댓글 신고하기 메뉴에서 ‘작성자 닉네임 신고’를 누르면 욕설-불법 사이트 광고 등 비정상적인 닉네임으로 댓글 활동을 하는 이용자를 직접 신고할 수 있다.

▲ 댓글 2차 개편. 출처=카카오

선한 영향력
카카오의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네이버는 물론 네이트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도 연예뉴스 댓글 폐지에 나선 상태에서 지난 3월에는 뉴스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과 활동이력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악성댓글과 어뷰징 시도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네이트도 공지를 통해 7월 7일부터 연예뉴스 댓글 폐지를 알린 상황이다.

카카오에서 시작된, 증오의 목소리를 덜어내기 위한 선한 영향력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