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P의 석유화학사업 매각은 2021년까지 150억 달러의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출처= The Chemical Engine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5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석유화학사업을 영국의 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에 50억 달러(6조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며 세계 경제 발목을 잡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번 매각으로 BP는 높은 부채부담을 줄이고 업계에서 발을 빼는 데 탄력을 받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면 경쟁사인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과 엑손모빌(Exxon Mobil)은 석유화학사업이 운송 연료 등 다른 부문보다는 수요 전망이 더 밝다고 보고 이 부문을 확장하고 있다.

BP는 석유화학사업을 더 확장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 회사가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이 부문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BP의 석유화학사업은 폴리에스테르, 페인트, 접착제, 포장을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를 생산해 왔는데 로열더치셸이나 엑손모빌 같은 경쟁자에 비해서는 규모가 적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은 플라스틱, 비료, 직물 등 일상용품에 널리 쓰이고 있어 향후 몇 년 동안 석유 수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함과 동시에 2030년까지 석유 수요 증가의 3분의 1 이상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BP와 이네오스는 몇 년 전에 이 문제를 협의했으니 진척이 없다가 최근 몇 달 동안 논의가 재점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 회사 중 하나인 이네오스는 2005년에도 BP 석유화학사업의 상당 부분을 90억 달러(11조원)에 사들인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석유 메이저가 수조 달러의 거래를 한 것은 코로나 이후 처음이다. 석유 산업은 수요 감소와 생산 증가라는 이중의 타격을 받으며 유가는 연초에 비해 3분의 1 이상 떨어진 상태다.

은행가들은, 에너지 가격이 압박을 받는 시기에는 기업들이 석유와 가스전(田)의 매각을 꺼려하기 때문에, 인수 거래 협상이 주로 인프라와 정제 및 가공 시설 자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다.

BP는 올해 적자가 미국 멕시코만 원유 수출 사고가 발생했던 2015년의 64억달러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이달 초에 전 세계 인력의 14%를 감축하고 175억 달러(21조원)의 자산을 정리해 회사를 재편하려는 기존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BP의 버나드 루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매각은 BP를 재창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에서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취임한 루니는 CEO는 석유 의존적인 사업 구조를 개혁하고 회사의 사업 활동에서 나오는 탄소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는 오는 9월까지 회사의 새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BP의 이번 매각이 발표되자 회사의 주가는 29일 런던에서 3.4% 올랐다.

이번 매각으로 BP는 2021년까지 150억 달러(18조원)의 자산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1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BP는 주요 석유회사 가운데 규모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의 부채를 갖고 있었다. 지난해말 기준 BP의 부채는 450억달러(55조 5000억원)에 달한다.

BP는 지난 4월, 리스를 포함한 순부채 비율이 전 분기의 35%에서 40%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1차적으로 2021년까지 이 비율을 30%대로 낮추고 장기적으로 20%~3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의 석유 및 가스 주식 담당 전무 아이린 히모나는 "이번 거래로 BP가 직면한 현금 부족 사태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이네오스는 BP에 계약금 4억 달러를 먼저 지불하고 거래 종료 시 36억 달러를 지불하게 되는데, 연말까지는 거래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10억 달러는 2021년 6월 말까지 지급한다.

이네오스는 1998년 설립된 회사로 영국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억만장자 짐 래트클리프가 대주주로 있다. 이 회사는 지난 해에도 프랑스 에너지 회사 토탈 SA(Total SA)로부터 중국에 있는 폴리스티렌 공장 두 곳을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