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 1일부로 임기를 시작하는 마틴 자일링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상용개발담당 부사장.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형 상용차 사업의 글로벌 시장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타사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양사는 다임러트럭의 전동화 부문 기술개발 총괄 출신 마틴 자일링어(Martin Zeilinger)를 연구개발본부 상용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한다고 30일 밝혔다. 자일링어 신임 부사장은 내달 1일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뒤 현대차·기아차의 수소·전기 트럭버스를 비롯한 상용차 개발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자일링어 부사장은 앞서 1987년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에 입사해 트럭 동력 계통을 테스트하는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1998년에는 엔진 부속 시스템을 담당하는 등 회사의 플랫폼 통합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유로엔진 확대 적용, 수소전기·디젤 하이브리드 시티버스 개발 업무를 맡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자일링어 부사장은 현재 4년째 상용개발담당 부서를 이끌어오고 있는 한성권 사장과 함께 현대차그룹 상용차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시사점이 많다.

자일링어 부사장은 상용개발담당의 전문 경영인으로서 역량을 현대차그룹에 적극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일링어 부사장의 상사인 한성권 사장은 2016년 4월 취임하기 앞서 현대차 글로벌인사전략실장, 현대차그룹 인사실장, 인재개발원장 등을 거친 인사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취임 당시 현장 사업을 이끌 인재로는 이례적인 이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한 사장은 취임 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 동남아 지역에 내연기관 버스 모델을 수출하고 스위스에 수소트럭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무진들과 함께 해외 성과를 거둬왔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전세계 미래 상용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선 해외 시장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을 지닌 인물을 확보해야 했다. 자일링어 부사장이 이 같은 현대차그룹 니즈를 충족시켜줄 만한 인재로 선택된 셈이다.

자일링어 부사장이 현대차그룹 외국인 임원 가운데선 비교적 고령일 때 취임한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실제로 자일링어 부사장은 1960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 61세다. 1961년생인 한 사장보다 1살 많은데다, 현대차그룹 입사 당시 40~50대였던 주요 외국인 경영진인 루커 동커볼케 전 부사장(49세 입사), 알버트 비어만 사장(57세 입사), 피터 슈라이어 사장(50세 입사)보다 많다. 현대차그룹이 자일링어 부사장에게서 혁신 동력을 구하는 동시에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혜안을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친환경차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수소차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작은 내수시장을 초월해 높은 수위의 친환경차 규제가 적용되는 한편 상용차 수요가 큰 유럽 등 주요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계획을 실천해나가는 가운데 합류한 자일링어 부사장의 실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마틴 부사장의 폭넓은 기술 지식과 경험은 미래 혁신 상용차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이 상용차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