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점점 깊어짐에 따라 두 나라 모두를 중요 시장으로 여기는 국내 기업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국내 기업의 수출 여건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통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켜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내 반중(反中)행위를 중국정부가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미한다. 

이에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 별개로 홍콩에 부여하던 수출 우대 등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홍콩을 중국과 다른 주체로 간주하고 국방 물자 수출, 첨단제품 수출 등으로 특별하게 대우해 왔다. 

홍콩보안법의 추진을 지속하는 중국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려 한다”면서 “홍콩에 대해 유지해 온 미국 정부의 여러 정책들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의 통과를 거의 확실시함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월버 로스(Wilbur Louis Ross Jr.) 미국 상무부 장관은 수출면허 예외, 국방물자 수출 홍콩에 부여된 특혜를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덧붙여 폼페이오 장관도 “홍콩에 대한 국방 물자 수출을 전명 중단하고, 홍콩에 대한 기술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묻는 문제로 점점 고조되고 있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에 미국과 중국 모두를 중요한 수요처로 삼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특히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 수요에 타격이 전망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은 초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홍콩보안법 문제가 불거지지 전부터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에게 ‘압박’을 넣고 있었다. 중국 정부와 관계가 좋지 않은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기업 TSMC가 중국의 대표 IT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품 공급중단을 선언함으로 미국의 편에 섰다. 이에 중국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지속했다. 미국 역시 두 기업에게 우회적으로 자신의 편에 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경제지표 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TRADINGECONOMIC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 1위 국가는 중국(전체 28%)이며 2위는 미국(전체 13%)이다. 수출 비중상으로는 중국이 확실히 크지만 국방·외교 관계까지 고려하면 두 나라는 확실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에겐 중요하다. 

▲ 출처= KEIT산업연구원

이러한 미중 갈등이 국내 기업들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현재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라는 이라는 것이다. KEIT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국내 12대 주력산업 수출은 코로나 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부족이 발생한 가운데 원유가 하락, 경쟁 심화 등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지난해 대비 수출액이 13.5%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외교 분쟁으로 수출 여건이 점점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코로나19 여파와 별개로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라면서 “정부 차원의 외교적 조율이나 외교 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