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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일명 '혜자' 상품으로 여겨지던 손해보험사들의 장기인보험 보장이 줄줄이 줄어들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좋은 보장성을 내세우며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손보사들이 과당경쟁 여파에 따른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관리를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이 내달부터 '77대질병수술비' 특약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참좋은훼밀리플러스 종합보험'에 탑재된 77대질병수술비는 업계 최대 수준으로 확대한 DB손보의 대표수술비로 꼽히던 특약이다.

이 수술비 특약 가입금액은 내달 상품개정을 통해 △위‧십이지장 50% △갑상선 10% △담석증‧편도염‧축농증‧사타구니탈장 10% △치핵수술 2% 수준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기존 300만원이었던 담석증‧편도염‧축농증‧사타구니탈장의 가입금액은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100만원이었던 치핵수술 가입금액도 20만원으로 축소된다.

NH농협손해보험도 건강보험 가입금액을 대폭 줄이고 연계조건을 강화할 예정이다. NH농협손보의 '가성비굿 건강보험'은 내달부터 △암진단비(41~50세 3000만원, 51~60세 2000만원) △허헐성‧뇌혈관질환진단비(31~40세 1000만원, 41~50세 1000만원, 51~60세 500만원) △뇌졸중진단비(31~40세 500만원) △질병후유장해(15~40세 3000만원, 41~50세 2000만원, 51~60세 1000만원) 등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기존 가입금액 대비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수준으로 축소된 금액이다.

가입 최저기준이나 연계조건도 강화될 예정이다. 이 상품의 일반상해사망 담보는 내달부터 가입금액 최저기준이 기존 가입금액보다 5000만원 증가한 1억50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또한 유사암진단비를 500만원 이상 가입할 경우엔 질병사망 500만원 이상, 1000만원 가입시엔 질병사망 1000만원 가입이 필수 조건으로 더해진다.

이처럼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보장성에 '혜자' 상품으로 꼽히던 건강보험들이 줄줄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은 손해율 악화를 우려한 탓으로 풀이된다. 손보사들의 장기인보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보험료는 2017년 이후 연 26% 성장했다.

장기인보험은 건강보험, 암보험 등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상품을 말한다. 이 보험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건강 등과 관련이 있으며, 손보사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에 손보사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유사암, 치매, 임플란트 등 여러 건강보험의 담보를 경쟁적으로 강화해왔다.

문제는 출혈경쟁 여파 등에 손보사들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손보사의 순익은 6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이는 손해율상승으로 인한 보험영업이익 감소와 신계약 판매증가에 따른 사업비가 늘었다는 부분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최근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를 초래하는 무분별한 상품개발, 변칙적 영업경쟁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 악화 속 손보사들이 그나마 수익성을 노릴 수 있는 보험 중 하나가 장기인보험"이라며 "다만 점유율 확대 등을 위한 과당경쟁이 지속된다면 보험영업손실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