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드트로닉코리아에 제제를 가했다. 출처=메드트로닉코리아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1위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의 국내 자회사가 대리점에 갑질을 하다가 과징금과 함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메드트로닉사의 국내 자회사인 메드트로닉코리아가 국내 대리점들에 물품 판매가 가능한 지역ㆍ병원을 제한하고, 병원과의 거래에서 얻는 판매이익 정보를 강제로 제출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메드트로닉코리아는 2009년 10월부터 8년간 145개 대리점에게 의료기기를 판매할 수 있는 병원과 지역을 특정한 뒤, 다른 곳에는 물건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대상이 된 제품은 심장과 혈관 치료 등에 쓰이는 63개 제품군이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계약서에 특정 병원ㆍ지역 영업활동 제한 조항을 넣은 뒤 이를 어길 경우 판매 후 서비스(A/S)를 거부하거나 계약해지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대리점을 압박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공정위가 관련 사실을 인지해 조사를 시작한 2017년 5월 계약서에서 계약해지 조항을 뺐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2016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대리점이 물건을 판매한 가격과 이익 정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회사가 운영하는 판매자정보시스템에 달마다 대리점들이 병원에 판매한 가격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썼다. 계약서에는 정보를 내지 않거나, 정확한 정보를 내지 않으면 서면통지만으로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이 조항 역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7년 11월 ‘필수사항’에서 ‘선택사항’으로 바꿨다.

공정위는 대리점의 판매병원과 지역을 제한한 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위반)에 대해 “대리점들이 판매병원과 지역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계약해지까지 가능하도록 해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고, 사용자가 저렴한 값에 의료기기를 구매할 기회가 제한됐다”면서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대리점들에 판매가격 정보 제출을 강제한 행위(대리점법 위반)에 대해서도 “대리점 입장에서 구체적 영업마진을 공개하기 꺼리는 영업비밀을 강제로 요구하는 것은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부당하게 침해한 행위”라면서 시정명령을 내렸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모회사인 메드트로닉에서 수술 관련 의료 기기를 수입해 국내 병원 등 의료기관에 직접 또는 대리점을 통해 이를 공급하고 있다. 외과 수술 뒤 환자들에게 남는 상처를 줄이는 봉합기, 혈당수치 측정기, 척추질환 재건수술에 쓰이는 기기들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매출액은 2018년 기준 3221억원으로 의료기기 수입시장에서 수입액 기준 1위 사업자다. 수술에서 환자의 뼈,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침습적 치료 관련 19개 제품군 가운데 8개 제품군이 시장점유율 50%를 넘을 만큼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유통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대리점의 판매처를 엄격히 제한하는 행위가 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 “본사가 대리점의 영업비밀을 요구하는 행위가 근절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