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사회생했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에서 선정된 15명의 현안위원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다.

검찰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참고해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의 권고를 대부분 받아들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큰 틀에서 이 부회장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 동력은 약해졌다는 평가다.

한편 삼성은 이번 검찰의 판단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 스스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삼성의 상승동력도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구속되었을 당시, 삼성의 행보는 완전히 멈춘 바 있다. 시스템의 삼성이 작동되며 큰 흐름에서는 변함이 없었으나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굵직굵직한 논의들은 모조리 정지됐다. 이건희 회장 와병 후 이 부회장에 전면에 나서 강력한 인수합병에 시동을 걸었으나, 이 역시 모두 멈춰버리고 말았다.

당시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한다고 삼성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업은 모두 멈췄다고 보면 된다"면서 "삼성이 멈추니 삼성에 영향을 받는 관련 기업들도 정지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이 부회장은 1년의 수감을 마치고 경영에 복귀한 후 유럽과 북미,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글로벌 경영에 매진했다. 당시 영입한 인재 중 한 명이 최근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올라선 세바스찬 승 신임 소장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 현장경영에 매진하며 '삼성의 길'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5월 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의 전격적인 회동을 바탕으로 배터리 동맹을 타진하는 한편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과 함께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반도체 전략도 속속 가동되기 시작했다. 평택캠퍼스 2라인에 8조원을 투입,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시작했고 파운드리 전략도 힘있게 전개되는 중이다. 지난해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린다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한 가운데 올해 초 V1 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V1 라인에서 초미세 EUV 공정 기반 7나노부터 혁신적인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한 3나노 이하 차세대 파운드리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평택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도 확충한다.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며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내부 회의를 통한 경영 전략 찾기에도 몰두했다. 지난 15일 이 부회장은DS부문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시황과 투자 전략을 논의했으며 무선사업부 경영진과도 간담회를 열었다. 23일에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방문해 CE부문 주요 경영진과도 만났다.

이 부회장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제품 개발 현황,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온라인 사업 강화 및 중장기 전략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 사업부장 부사장, 강봉구 한국총괄 부사장 등 각 사업부문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된다.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라고 당부하며 경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 것을 다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판단은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대국민 사과에서 삼성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며, 많은 인재들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 약속했다. 이제, 약속의 시간이 온 셈이다.

물론 이번 수사심의위 권고로 이 부회장을 둘러싼 위기상황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법정 구속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